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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민심은 "우파·극우 연정 안 돼"... 정부 구성도 '시계제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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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권자들의 선택은 '극우 정당의 정부 참여 저지'였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당초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던 우파 진영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중도 우파인 국민당(PP)이 최다 의석을 확보하긴 했으나, 극우 정당인 복스(Vox)와 손을 잡은 것이 패착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써 유럽에 급속히 불던 우경화 바람도 일단 멈추게 됐다. 다만 현재로선 연립정부 구성 자체가 힘든 상태여서 향후 몇 달간 스페인 정국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조기 총선을 통해 현재 제1야당이었던 국민당이 136석(득표율 33.0%)을 확보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게 됐다.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은 122석(31.7%)을 얻는 데 그쳐 제2당으로 밀려났다. 단독 과반(176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 또는 연합체가 없어 불안정한 국정 운영을 하게 됨을 가리키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구성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우파 진영이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5개의 평균값을 낸 뒤, “국민당(140석)과 복스(36석) 등 우파 진영이 176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복스도 33석만 확보했고, 국민당의 성적표가 다소 저조해 169석만을 얻는 데 그친 것이다.
좌파 진영도 과반에 못 미친 건 마찬가지지만, '우파·극우 연정을 저지했다'는 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15개 좌파 정당 연합체인 수마르(Sumar)는 31석을 차지했다. 사회노동당 대표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우리가 성취한 모든 걸 후퇴시키려던 반동 세력이 실패했다"며 자축했다.
이번 총선은 집권 좌파의 약세 속에 치러졌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은 득표율 28.2%에 그치며 패배를 맛봤다. 2019년 총선에서 산체스 총리는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과 연정을 구성한 뒤, 분리주의자 9명을 사면했는데, 이 부분이 우파 세력의 반발을 불렀다. 성소수자·여성·이민자의 인권을 강화한 것도 극우의 먹잇감이 됐다. 국민당이 득표율 31.5%, 복스가 7.2%를 각각 기록하며 큰 승리를 거두자 산체스 총리는 "재신임을 묻겠다"며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5개월 앞당겨 이번 총선을 치렀다. 일단 그의 도박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외신들도 "우파 진영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극우 연정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과거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극우 독재(1936~1975년) 시기의 악몽을 떠올린 스페인 국민들의 '자정 기제'가 작동해 표를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총살 부대, 성소수자 감옥과 충격 치료, 여성 권리 법적 제한 등을 기억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의 정부 진출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연정 구성 난항이 예상됨에 따라, 스페인 정치권도 당분간 안갯속을 헤맬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좌우파 진영 이외의 분리주의 세력 등이 나머지 28석을 얻었는데, 이들이 연정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적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상황은 유럽연합(EU)에서 네 번째로 큰 스페인 경제를 혼수 상태에 빠뜨리고 수개월간의 지저분한 협상에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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