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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뚫을 '3대 전략'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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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6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7년 만에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대규모 전쟁이다. 아직 전쟁이 한창이지만 벌써 전후 복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확산하는 의미도 있지만, 전후 복구에 한국의 참여 입지를 크게 제고해 준 점에서 그 의미와 성과가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참여의 중요성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지난해 7월 4일 스위스 루가노에 이어 올해 6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복구회의(URC·Ukraine Recovery Conference)를 통해 큰 틀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있다. 전후 복구 규모에 대해 7,500억 달러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2032년까지 국제사회의 유·무상 원조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재원 조달은 이른바 '뉴마셜 플랜' 같은 국제사회의 공적자금과 우크라이나 개발펀드를 조성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민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민간 주도 복구를 통해 '전쟁 보험' 프레임을 도입하겠다는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URC 당시, 42개국 500개 기업이 5조2,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콤팩트'에 가입한 것도 민간 재원이 상당 부분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양자(우크라이나-해당국가) 차원의 유·무상 원조도 예상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자체 자본조달을 위한 농지 사유화(3,200만㏊), 공기업 민영화(3,000개 이상)와 경제특구 조성 등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도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는 곡물과 광물자원이 재원확보 수단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원은 우크라이나의 '미래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는 항공우주·IT 과학기술, 농업, 자원, 양질의 노동력, 허브로서 지리적 위치 등 어떤 분야에서 어떤 공식을 적용해도 향후 발전 여지가 매우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후 복구사업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전후 복구가 본격화되면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여기서 입지를 강화하려면 한국 특유의 강점을 잘 살려야 한다. 한국의 강점은 국가 발전 경험인데, 우크라이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을 국가 발전 롤모델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한국인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도 큰 경쟁력이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필요한 기간을 10년, 혹은 20년이나 30년 이상 비관적으로 보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한국이 본격 참여해 3~5년까지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 경쟁국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데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천연자원이 아무리 풍부해도 우크라이나가 재건에 성공하려면 유능한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소다. 필자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필요한 주요 동력은 국민적인 결기와 단합, 그리고 응집력을 끌어내는 무브먼트 역량에 있다고 본다. 가나안 농군 학교, 새마을 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 국가 위기 때마다 전개한 한국인들의 무브먼트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 수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문학적 자산인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도 이런 범국민적인 무브먼트, 정신·가치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 3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의 존재는 강력한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전후 복구가 시작된다면 구체적으로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는 어디일까. 역시 스마트 시티, SOC, 스마트팜 클러스트, 바이오메디컬 헬스케어 클러스트 등이 주요 후보다. 하지만 사전에 '3대 진출 전략'을 수립해 매우 정교하게 진행해야 한다.
3대 전략 중 첫째는 '전담 지역'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 여러 나라들은 특정 도시나 특정 주를 대상으로 전담 지역을 선포하고 있다. 한국도 전담 지역을 빨리 선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메가 어젠다'(Mega-Agenda)를 선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 걸쳐 1,2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와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등 국경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곳을 국제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인구 300만~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 스마트시티 클러스트'를 조성하겠다는 대범한 의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농업 대국인 반면, 우리는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다. 따라서 100만㏊ 규모의 밸류체인(Value-Chain) 메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도 양국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즉 영농, 가공, 농산업,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유통·물류를 연계시키는 것이다.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클러스트 그리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SOC 프로젝트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당장 눈앞에 닥친 전후 복구 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고려해 미래에 대한 투자ㆍ개발 프로젝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EU 가입도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유럽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생산ㆍ수출 전진 기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내 대규모 산업단지와 테크노파크를 조성ㆍ운영하는 것도 차별화된 프로젝트일 수 있다.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또 크고 작은 우리 기업들을 대거 진출시켜 유럽, 중동 더 나아가 아프리카까지 커버하는 ‘제2의 베트남 전략’도 적극 추진할 만하다.
다만, 이와 동시에 대(對)러시아 ‘리스크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러시아는 지금 제재 건수가 1만1,000개에 달할 정도로 가혹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농업 등 비경제 제재 대상 분야에서의 협력은 끌어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문제는 단순히 전후 복구에만 그치지 않고, ‘전후 질서’까지 연계된다. 선진국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한국이 챔피언이 된다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의 경쟁력과 위상을 알리는 역사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전후 복구에 강한 의지를 표현했는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전쟁 이후가 아닌, 지금부터 당장 준비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후 복구 및 전후 질서 수립에 참여하는 과정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파워 국가가 되고 G8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60년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그리고 과거엔 꿈꿀 수도,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유ㆍ평화ㆍ번영의 가치를 확산하는 ‘밸류 메이커’, 역사를 새로 쓰는 ‘히스토리 메이커’, 기적을 이루는 ‘미러클 메이크커’가 되는 꿈은 우크라이나 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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