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국가 균형발전 이끌어 낼 것"

입력
2023.07.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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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 본지와 인터뷰
"50년 철강으로 국가경제 주도"
"인프라·경험 살려 재도약 할 것"
"제2의 영일만기적 만들겠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4일 포항시청 집무실에서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4일 포항시청 집무실에서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청에서 이차전지 업무를 담당하는 일자리경제국 직원들은 지난 5월 17일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심사가 열린 서울스퀘어에 이강덕 포항시장이 얼굴을 내밀자, 화들짝 놀랐다. 이 시장이 암 수술을 받고 후속 치료로 병가를 냈던 터라, 그의 방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직원들은 격려만하고 돌아갈 줄 이 시장이 직접 발표장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또 한 번 놀랐다. 그는 김남일 포항시 부시장이 미리 준비한 자료로 특화단지 당위성을 설명하고 다음으로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 10여명의 심사위원들 앞에 서서 무작위로 날아 온 질문에 조목조목 답했다. 이 시장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세계 1위 포항은 반드시 특화단지로 지정돼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차전지 관련 뉴스를 꾸준히 살펴보고 직원들한테 틈틈이 보고를 받아 답변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강덕 시장은 철강 일변도의 포항지역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그는 포항보다 먼저 제철산업으로 부흥했다가 몰락한 뒤 첨단 기술산업으로 다시 일어난 미국 피츠버그시를 모델로 삼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철의 도시 피츠버그는 후발 공업국에 밀리며 구조조정을 당했고, 한때 70만명에 달했던 도시 인구가 30만명까지 감소하는 등 끝도 없이 추락했다”며 “하지만 도시의 대학, 연구소, 상공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준비해 제2의 부흥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올 초 암 수술을 코앞에 두고도 20여명의 방문단을 구성해 보름간 미국 피츠버그시와 실리콘밸리, 샌디에이고, 세계적인 기업 애플과 테슬라를 둘러본 것도 포항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장은 “미국 방문으로 포항공과대학교, 한동대 등 명문대학과 연구시설을 두루 갖춘 포항도 피츠버그 못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어떤 산업이 들어서도 포항이 갖춘 차별화되고 전방위적인 강점을 살려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소개 자립화를 앞당겨 한국의 경제 주권 확보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과거 일본의 불화수소 사태처럼 국제사회에서 핵심 소재의 무기화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독립을 앞당기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포항시가 2030년 목표로 세운 양극재 100만톤 생산과 70조원 매출, 5만6,000명의 고용창출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배터리 메카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양극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출력을 결정짓는 핵심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는 또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포항을 미국의 피츠버그처럼 소멸위기를 극복한 지방도시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강덕 시장은 “지난 50년 국가기간 산업인 제철산업을 통해 갈고 닦은 노하우로 제2의 영일만의 기적을 보이겠다”며 “지방대학, 지역 경제·산업계와 힘을 합쳐 포항을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 국가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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