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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AI로 뉴스 서비스 만든다" 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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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의 필수 앱(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으로 꼽힌다. 직장인들이 회사 이메일로 직원 여부를 인증받아 가입하면 업종별, 기업별로 개설된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이용자들 사이에 기업 정보를 얻고 애환을 털어 놓는 직장인들의 해우소로 통한다.
영어로도 제공되는 블라인드는 해외에서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달 22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했다. 올해로 설립된 지 만 10년 된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디즈니 등 세계적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타임지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대규모 감원 사태 때 블라인드가 혼란에 휩싸인 직장인들의 유일한 소통 도구였다"며 "직장인들은 정신 건강부터 조직의 비윤리적 관행까지 모든 것을 블라인드에서 이야기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팀블라인드의 창업자 문성욱(43) 대표에게 블라인드의 성장 비결과 향후 계획을 들어 봤다. 팀블라인드가 전원 재택근무 중이어서 미국 어바인시 자택에서 일하는 문 대표를 영상 회의 시스템으로 만났다.
원래 문 대표는 한동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나 프로그래밍에 빠져 중퇴했다. "대학에 입학한 1999년 벤처 열풍이 불었어요. 그때 닷컴기업들에 흥미를 느껴 학교는 뒷전인 채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여러 회사에서 개발 아르바이트를 했죠. 당시 유명 벤처업체 골드뱅크의 메인 홈페이지 작업에도 참여했어요."
5년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웹 에이전시 업체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한 그는 2005년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종화 봉봉 대표 등과 함께 여행 스타트업 윙버스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네이버에 매각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호텔 가격 비교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사업이 잘 됐는데 2007년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때 투자를 받지 못해 2009년 네이버에 매각했죠."
회사 매각 후 네이버에서 여행 사업기획 및 운영책임으로 일하던 그는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네이버 사내 전산망(인트라넷)에 직원들만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이 있었어요. 오프라인에서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직원들이 익명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쏟아냈죠. 거기서 익명 게시판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2011년 이직한 전자상거래 업체 티켓몬스터에서도 같은 일을 겪었다. "회사가 성장하며 소통이 단절되는 것을 봤어요. 이 문제를 해소하고 싶었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궁금증과 의견을 모아 놓으면 회사가 이를 보고 경영 전략에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문 대표는 2013년 팀블라인드를 창업했다.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서비스를 하려고 시작했죠."
창업 때부터 문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익명성이다. 익명이 보장되지 않으면 블라인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의 익명성은 파급력이 크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현대자동차와 네이버의 직장 내 갑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은 블라인드에서 터져 나온 내부자 글이 단초였다.
당연히 기업들은 블라인드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전담 직원을 두거나 인사팀에서 블라인드를 항상 살펴요."
문 대표는 이를 순기능으로 본다. "블라인드 글 속에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단서가 있어요. 회사가 이를 파악해 경영에 반영하면 도움 되겠죠. 미국 기업들은 타운홀 미팅 등 전체 회의 전 블라인드에서 질문 내용을 추려요."
그러나 익명성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익명에 기댄 선정적 글이나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비방 글도 자주 보인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가 이를 방치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 생각은 다르다. "커뮤니티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관점이 녹아 있어야 건강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용 약관 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해야죠."
문제는 글이 더러 삭제되며 제기된 의혹들이다. 기업 요청을 받아 블라인드가 불편한 글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문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삭제 기준은 이용 약관입니다. 약관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협, 희롱하는 등 불법 행위 내용이 포함되면 신고를 받아 해당 글을 삭제하죠."
또 다른 의혹은 글을 쓴 사람의 정체 파악이다. 블라인드에 가입할 때 직장 이메일 주소로 인증을 받으니 이를 추적하면 신원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문 대표는 "구조적으로 게시자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문 대표에 따르면 인증용 직장 이메일 주소는 여러 단계 암호화를 거쳐 어떤 데이터인지 알 수 없도록 변형된 뒤 운영 서버와 분리된 별도 서버에 저장된다. "쉽게 말해 이메일 인증과 블라인드 서비스가 완전 분리됐어요. 따라서 블라인드에 글을 올릴 때 인증용 이메일이 연결(매칭)되지 않아 직원 누구도 작성자를 알아낼 방법이 없어요."
그는 사이버 보안까지 담당한 티켓몬스터 시절의 경험을 살려 익명 보장 시스템을 설계했다.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면서 세상에 뚫리지 않는 인터넷 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를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죠. 개인정보를 운영 시스템에 저장하지 않는 겁니다."
문 대표는 두 가지 이유로 본사를 미국에 뒀다. 창업 당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의 부재와 다량의 접속량(트래픽) 확보다. "마땅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어 미국에 본사를 설립해 서버를 설치했어요. 이를 옮기기 어려워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죠. 또 미국에서 서비스하면 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트래픽까지 확보할 수 있어요."
그 바람에 경찰이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 때 내부 고발 글이 올라온 블라인드 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국내에 서버가 없어 실패했다. 역설적으로 압수수색 실패는 이용자들에게 블라인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정확히 미국 어디에 서버가 있는지 말할 수 없어요. 확실한 것은 한국에 없어요."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직장인은 전 세계 900만 명이다. MS,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직장인의 80~95%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한다.
특히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때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어요. 해고 즉시 기업용 메일과 메신저가 차단돼 직원 간 소통이 힘들죠. 이때 블라인드로 채용 정보를 주고받으며 재취업한 사람들이 늘어 인기가 올라갔어요."
문 대표는 인도, 영국, 독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직 미국 사업에 집중하지만 추가 확장을 위해 인도, 영국, 독일 3개국을 보고 있어요. MS,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인도에 큰 법인을 운영해 많은 트래픽이 나오거든요."
서비스도 늘어난다. 문 대표는 연봉과 채용 계획을 묻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자 2019년 경력직 채용을 위한 '하이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만남의 도구로 이용하는 남녀 직장인들이 늘면서 2020년 유료 만남 앱 '블릿'도 내놓았다. 일정 비용을 내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상대를 검색해 이어주는 블릿은 국내에서만 제공된다. "미혼 남녀가 많아 자연스럽게 만남이 일어나죠. 가입 때 인증을 거친 만큼 신원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미국에서는 '블라인드 인사이트'라는 데이터 판매 서비스도 한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미국 기업들은 직원 심리 파악에 관심이 많아요. 이를 위해 분석팀을 두고 직원들의 SNS 계정을 수집해 살펴보거나 이메일 응답속도를 분석하죠. 인사이트는 익명을 유지한 채 블라인드 글을 분석해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줘요. 아마존, 블룸버그, 메타, 세일즈포스 등 큰 기업들이 고객이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뉴스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를 AI가 정리해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를 내년에 선보이려고 준비 중입니다. AI가 여러 언어로 정리한 뉴스를 주간 또는 월간으로 발행해 블라인드 앱과 인사이트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관심을 끄는 증시 상장은 계획보다 1년 늦춰질 수 있다. "2025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미국에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이어지며 사업계획이 많이 바뀌어 1년 정도 늦춰질 수 있어요."
나스닥에 상장하는 이유는 사업의 중심이 미국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운영과 전략 등 핵심 역할을 미국 본사가 맡고 한국은 광고 영업 등을 담당한다. "전체 직원은 180명이며 한국보다 미국에 더 많아요. 개발자 규모는 비공개인데 3, 4개국에 흩어져 있죠."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 수입원은 블라인드 앱 광고입니다. 여기에 인사이트와 블릿 매출이 있죠.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올해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100% 이상입니다."
투자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670억 원을 받았다. “올해 소규모, 내년에 대규모로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애플을 창업한 고 스티브 잡스처럼 회사 내 다양한 일에 참여해 별명이 '문잡스'인 그는 직원들과 자주 소통한다. "직원 누구나 1 대 1 만남을 신청할 수 있어요. 절대 거절하지 않아요. 1 대 1 만남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3년 근무하면 안식 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죠."
재택근무를 고수하고 인수합병(M&A)을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재택근무를 하면 세계 각지에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어요. 또 모르는 분야에 선뜻 나서지 않고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을 좋아해 M&A도 하지 않아요."
끝으로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마라"는 특이한 답을 했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실패하지 않고 성장할 방법이 없으니 실패도 공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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