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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 예기치 못한 부정맥·심방세동 일으킨다?

입력
2023.07.23 17:50
수정
2023.07.24 07: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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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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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은 금속을 부식시킬 정도로 강력한 산성 화학물질이어서 사람 몸에 닿으면 살을 태워 화상을 입힌다. 식사 후 위 속에 분비되는 위산은 염산이 주성분이며 단백질 분해 효소인 펩신과 함께 위벽을 녹일 만큼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는 끄떡없다. 비결은 위산과 소화액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강력한 위점막과 두툼한 근육, 식도와 장을 보호하는 괄약근이 있기 때문이다.

한 끼의 식사량이 물까지 합하면 대략 1L에 가깝고 여기에 200~300mL의 위산이 보태져 1시간 30분 정도 위에 머물게 된다. 그동안 음식물은 잘게 부숴져 죽처럼 만들어지고 장으로 내려가 소화 흡수가 쉽게 된다.

그런데 산성인 위 내용물이 식도 괄약근이 약해진 틈을 타 식도를 타고 심하면 목까지 올라올 수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고 보통 '역류성 식도염'으로 부른다.

위와 달리 식도는 산에 대한 방어가 약해 위산 역류가 발생하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속이 쓰리고 트림이 나며 신물이 올라온다. 위장 증상뿐만 아니라 위산이 인후부를 자극해 기침이 잦아지고 가슴 통증도 생길 수 있기에 심장 질환과 감별할 필요가 있다.

식도와 심장은 전혀 별개의 장기여서 두 장기의 이상이 서로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의사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둘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Nature Review)’에 ‘일부 부정맥(不整脈)은 위식도 역류 질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는 약간의 자신 없어 보이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 32명 중 18명에게서 부정맥 소견이 있었고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 3개월 후 부정맥이 호전됐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최초의 논문이다.

2014년 ‘세계 위장관 질환 저널’에도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에게서 심방세동(心房細動)에 대한 종합 리뷰’가 발표됐다. 1972~2013년 학술지에 발표된 8개의 관련 문헌을 찾아 분석한 결과,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있으면 심방세동 발생이 14% 정도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2년 대만 의학자들은 ‘국가 인구 기반 조사’를 통해 위식도 역류 질환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31%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2019년에는 심장의학자들이 나서 ‘부정맥 저널’의 ‘심방세동과 위식도 역류 질환의 공통성’이란 논문에서 심방세동이 있으면 위식도 역류 질환이 37%나 증가한다고 했다. 즉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심방세동 발생이 많아지지만 반면 심방세동이 있으면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잘 생긴다는 연관성을 밝혀 큰 관심을 끌었다.

어떻게 두 질환이 이런 관련성을 갖게 됐는지는 아직 명확한 답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로 추측하고 있으며 추가 연구에서 밝혀질 것이다. 즉, 임상적으로는 두 질환 모두 고령인과 비만,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심방세동의 근원지인 심장 좌심방은 식도와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또 식도와 심방은 동일한 신경의 통제를 받고 있다. 또한 위식도 역류 질환을 치료하면 심방세동이 호전됐다는 점도 있다. 따라서 심방세동이나 부정맥 환자는 위식도 역류 질환 여부를 관찰해 적극적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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