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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너무 많았다… 미호강 동시다발 대교 사업도 문제

입력
2023.07.22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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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거리에 다리 7개 밀집
유속 높이고 퇴적물 더 쌓여

충북선 복선철교 건설을 위해 가설된 임시교 위에서 미호천교 임시제방을 바라본 모습. 350m 떨어진 곳이지만, 중간에 놓인 다리와 시설물 때문에 임시제방이 보이지 않는다. 청주=정민승 기자

충북선 복선철교 건설을 위해 가설된 임시교 위에서 미호천교 임시제방을 바라본 모습. 350m 떨어진 곳이지만, 중간에 놓인 다리와 시설물 때문에 임시제방이 보이지 않는다. 청주=정민승 기자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된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인근 미호강 제방이 넘치면서 밀려온 강물이다. 당시 미호강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다리들이 미호천교 제방 유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강 위에 설치된 많은 구조물이 강 수위를 올리면서 유속을 빠르게 했고, 그에 따라 발생한 소용돌이(와류)가 임시제방 붕괴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다.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장을 지낸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21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호강에는 교량 공사를 위해 설치한 가설교(임시통행 교량)와 엄청난 양의 철골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며 “이 구조물이 강물의 흐름을 막아 수위를 밀어 올리고, 유속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높아진 강물이 다시 소용돌이를 치면서 임시제방을 조금씩 깎아 붕괴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실제로 임시제방에서 가까운 미호천교 주변으로는 200~300m 안에 7개의 교량이 강 양쪽을 이어주고 있다. △미호천교 △가교 2개 △충북선 상하행교 2개 △신설 충북선 철교(복선) △신설 철교 건설을 위한 임시교 등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교각 숲’을 연상케 할 정도다.

21일에 가서 본 현장에서도 강물에 떠내려오던 쓰레기들이 하천변 시설물에 붙어 있었고, 7개 다리의 수많은 교각엔 뿌리째 뽑힌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까치집처럼 걸려 있었다. 조원철 명예교수는 “임시제방으로부터 200m가 채 안 되는 상류에 이런 시설물을 그대로 둔 채로 홍수기를 맞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네 주민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궁평리의 한 주민은 "강에 이렇게 많은 시설물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임시제방이 약한 게 문제였지만 강 시설물이 좀 적었더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쌓아 올린 임시제방. 50m가량 뒤로 물러나 설치돼 있다. 일각에선 수위를 높여 빠르게 흐르던 강물이 임시제방 앞을 흐르면서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그 와류가 임시제방을 조금씩 깎으면서 둑이 무너졌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청주=정민승 기자

다시 쌓아 올린 임시제방. 50m가량 뒤로 물러나 설치돼 있다. 일각에선 수위를 높여 빠르게 흐르던 강물이 임시제방 앞을 흐르면서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그 와류가 임시제방을 조금씩 깎으면서 둑이 무너졌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청주=정민승 기자

한편 도종환(청주시 흥덕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임시제방 보강공사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임시제방 유실 직전에 인부들을 동원해 제방을 보강하는 장면과 이후 장비를 동원해 보강하는 장면이다. 영상을 제공한 궁평리 주민 박종혁씨는 “당시에 대형마대를 가져다 쌓아도 모자랄 판에 강물 수위가 상당한 오전 7시가 되어서야 근로자 6명이 삽으로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16일 낮에 드론으로 촬영한 미호천교 인근 모습. 미호강 200m 구간에 7개의 다리가 몰려 있다. 상류(왼쪽) 첫 번째 구조물은 강 수면과 닿아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청주=김재현 기자

16일 낮에 드론으로 촬영한 미호천교 인근 모습. 미호강 200m 구간에 7개의 다리가 몰려 있다. 상류(왼쪽) 첫 번째 구조물은 강 수면과 닿아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청주=김재현 기자



청주= 정민승 기자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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