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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유튜브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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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무시하는 일본 기자 질문에 불쾌하다는 음바페.’
‘손흥민 무시하는 일본 기자 질문에 불쾌하다는 클롭 감독.’
‘이강인 무시하는 중국 인터뷰에서 불쾌하다는 메시.’
최근 유튜브에서 각각 조회수 1,000만, 600만, 4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들이다. 그런데 인물 이름과 국가를 빼면 ‘복붙’한 듯 똑같은 제목이 왠지 수상쩍다. 영상의 구성 또한 한결같아서, 일본이나 중국 기자가 우리 선수를 조롱하는 질문을 던지면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정색을 하며 반박하는 식이다. 얼핏 보면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우리 선수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느껴지지만, 사실은 ‘가짜뉴스’다. 한글 자막을 허위로 지어 붙였고, 기자의 음성은 AI 적용 툴로 만들어냈다. 맹목적 애국심, 국가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자극하는 이른바 ‘국뽕’ 영상에 가짜뉴스가 결합해 조회수를 ‘빨아먹는’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음바페 영상은 얼마 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삭제됐지만 나머지 두 편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런데 이 영상들이 게시된 채널은 업로드된 모든 영상이 ‘픽션(가짜)‘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뽕을 맹신하고 이를 악용해 한쪽에서 이득을 챙기는 한국의 유튜브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일부러 조작된 영상을 올린다는 설명이다. 채널 소개에 ‘한국 유튜브 심각하다!’라고도 쓰여 있다. 이쯤 되면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게 가짜인지 헷갈리는 상황. 더 황당한 건 풍자가 목적인 조작 영상마저 진짜뉴스로 소비된다는 사실이다. 두 편의 영상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을 보면, 조작을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눈물 날 뻔했습니다. 너무 훈훈한 인터뷰네요’ ‘메시 진짜 멋있다’ 등 진한 감동에 젖은 댓글이 대부분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막무가내로 믿고 따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유튜브에선 흔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부추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상이 업로드되면 채널 구독자, 관련 분야에 반응을 보였던 시청자 등에게 먼저 노출한 뒤 그 반응에 따라 다음 단계의 노출 범위를 넓히거나 줄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 입장에선 보고 싶지 않은데 굳이 클릭할 이유가 없고, 이 같은 반응 패턴이 쌓이다 보면 내 관심사가 아니거나 선호하지 않는 영상은 피드에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소신이 뚜렷한 시청자일수록 그에게 노출되는 영상의 성격은 좌 또는 우로 뚜렷하게 갈려 있다.
얼마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양평 고속도로 사업 의혹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유튜브에 출연했다. 문제는 이 영상을 자신의 개인 채널에 올리는 순간 해명과 설득의 대상이 ‘국민’에서 ‘지지자’로 축소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상 원희룡TV에 게시된 영상은 구독자 등 여당 지지자 중심으로 소비되고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도달할 확률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물론, 국토부 채널에도 동일한 영상이 있지만 조회수는 미미하다. 결국 구독자 23만 명의 ‘유튜버 원희룡’은 국민을 설득한다면서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강의를 한 셈이다. 장관이든 정치인이든 맹신과 배격이 판치는 유튜브를 기웃거리는 모양새가 보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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