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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돌봄 받을 수 있어야"... 미국, 10년 재판 끝에 '장애 아동 탈시설'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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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은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州)정부에는 (장애 아동) 가정을 도울 제도적 기반과 자원이 충분하다."(미 플로리다주 연방판사 도널드 M. 미들브룩스)
미국에서 장애 아동의 '탈(脫)시설' 권리를 지방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10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미국 메디케어(저소득층 건강보험)의 지원 대상인 '복합적 질환을 가진 장애 아동'이 가족과 함께 살며 면밀한 치료를 받게끔 '가정 돌봄 지원을 확대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연방남부지법은 지난 14일 "주정부가 복잡한 의료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일부 아동을 불필요하게 요양 시설에 수용한 건 아동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가정 돌봄 서비스를 졸속 운영함으로써 장애 아동이 '시설'에 몰리게끔 한 것은 미국장애인법(ADA)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다. 법원은 주정부에 △가정 돌봄 서비스 개선 △탈시설 지원 계획 수립 △아동·가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등을 하라고 명령했다.
실제 플로리다주의 장애 아동 시설은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애가 있는 케이든(9)의 아빠 콘란 아무르(39)는 WP에 "아들은 더러운 기저귀를 찬 채 몇 시간이나 울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며 "가정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시설은 이를 단념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시설 내에서 폐렴을 앓으며 인공호흡기까지 찼던 케이든은 아빠가 소송 증인으로 나선 후에야 5년 만에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요양 시설 세 곳을 전전한 제프리 해리슨(16)군 사례도 비슷하다.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대소변 냄새가 나는 욕창에 시달렸다. 끝내 패혈성 쇼크로 입원, 인공호흡기의 도움도 받았다. 복용하는 약이 5개에서 무려 18개로 늘어나기까지 했다. 제이드 퀴노니스(20) 역시 "시설에선 매일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침대에 앉아만 있었다"며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잠이 들면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2012년 미 법무부가 플로리다주 아동 요양 시설 6곳을 조사한 뒤, 주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주정부는 "우리에겐 시설 입원을 강요하는 정책이 없다"며 거부했고, 법무부는 이듬해 소송을 냈다.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장애 아동 요양 시설의 밀집 수용·방치·감염이었다.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특히 저소득층에는 선택권이 사실상 없었다. 예컨대 2012년 아이 한 명당 시설에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은 하루 500달러였는데, 이는 성인 지원금의 두 배이며 올해 가정 돌봄 직원 시급(14달러)의 35배다. 반면, 2011년 플로리다주에서 가정 돌봄 예산은 15% 삭감됐다. 경제적 문제가 장애 아동을 '열악한 시설'로 몰아넣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개선을 요구한 셈이다.
WP는 "법무부는 알래스카주와 메인주, 네바다주 등도 같은 방식으로 ADA를 위반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플로리다 주정부는 "아동이 부모 의사에 반해 시설 입소를 강요당했다는 법원 판단에 근거가 없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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