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경찰 지휘하는 행안부 상황실도... 지하차도 물 다 차고 알았다

입력
2023.07.21 04:30
수정
2023.07.21 09: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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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시간은 오전 8시 30~40분인데
행안부 최초 인지시점 8시 46분 이후
3월 새로 설치한 시스템도 '무용지물'
환경부는 '수위 100%' 통보매뉴얼 없어

정부세종청사 제2청사 17동에서 3월 16일 중앙동으로 이전, 업무를 시작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국민 안전관리 일일 상황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올려 놓고 35명이 동시에 앉아 상황판단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대화면 맞은편의 1, 2층에는 17개 기관에서 파견된 90여 명의 직원들이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공간이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정부세종청사 제2청사 17동에서 3월 16일 중앙동으로 이전, 업무를 시작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국민 안전관리 일일 상황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올려 놓고 35명이 동시에 앉아 상황판단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대화면 맞은편의 1, 2층에는 17개 기관에서 파견된 90여 명의 직원들이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공간이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국가 재난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긴 뒤에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 상황실은 3월 청사 이전과 함께 수십 종의 첨단 통신설비를 갖춘 공간으로 강화됐지만, 국가하천(미호강) 수위가 △계획홍수위 100%에 도달하고 △이어 제방까지 범람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일 행안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미호강 월류·범람·붕괴 관련 내용이 상황실로 신고된 것은 없다. 침수 사고 접수 전까지 미호강 관련 보고는 오전 4시 10분 들어온 팩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통해 금강홍수통제소가 보낸 경보발령문과 재난방송 요청이 전부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 이후에 홍수통제소는 물론 경찰·소방·지방자치체로부터 ‘미호강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거나 ‘둑이 무너졌다’는 등의 신고를 받은 것은 없었다”며 “오전 8시 46분쯤 ‘궁평2지하차도 침수’ 보고를 받고 해당 사고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보고를 받았던 시각은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넘치고 1시간이 지난 때로, 지하터널이 거의 물에 잠겼을 시점이다. 지하차도 침수시간은 오전 8시 30분에서 40분 사이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3월 16일부터 최신 장비를 갖추며 새롭게 출범했지만, 이번에도 대형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중요 정보가 이곳으로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행안부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사고 정보를 관계기관에 신속하게 전파하고 대응을 지시하기 위해, NDMS와 전국 주요 폐쇄회로(CC)TV 연결 장치 등 78종 시스템을 갖춘 새 상황실을 꾸렸다..

오전 8시를 전후해 경찰(7시 56분)과 소방(8시 3분)에 미호강 범람 사실이 보고됐던 만큼, 이때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소식이 전달됐다면 행안부 통제하에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 경찰청과 소방청은 행안부 통제를 받는 차관급 외청이다. 행안부도 이상민 장관 탄핵으로 차관이 장관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경북에선 산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상황실이 긴박하게 돌아갔고, 전국에서 뜬 홍수특보만 30개가 넘었다”며 “신고나 보고가 들어오지 않은 일에까지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황실은 17개 기관에서 파견된 재난 분야별 전문가와 일반 공무원 등 95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강홍수통제소 미호강 미호천교 수위센서가 미호천교 가설교 교각에 설치된 모습(우측 교각 숫자 15, 14 사이). 여기서 10분 단위로 측정된 수위는 사진 좌측에 설치된 박스형 시설물에서 홍수통제센터로 전송한다. 환경부 홍수통제소 매뉴얼에는 강 수위가 계획홍수위의 50%에 도달하면 홍수주의보를, 70%에 도달하면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문자, 팩스 등 각종 통신 수단을 이용해 전파하지만, 수위가 계획홍수위 100%에 도달한 경우엔 별도 통보 의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정민승 기자

금강홍수통제소 미호강 미호천교 수위센서가 미호천교 가설교 교각에 설치된 모습(우측 교각 숫자 15, 14 사이). 여기서 10분 단위로 측정된 수위는 사진 좌측에 설치된 박스형 시설물에서 홍수통제센터로 전송한다. 환경부 홍수통제소 매뉴얼에는 강 수위가 계획홍수위의 50%에 도달하면 홍수주의보를, 70%에 도달하면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문자, 팩스 등 각종 통신 수단을 이용해 전파하지만, 수위가 계획홍수위 100%에 도달한 경우엔 별도 통보 의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정민승 기자

재난컨트롤타워인 행안부 상황실이 미호강 범람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로는 환경부와의 느슨한 재난대응 협업 체계도 지적된다. 환경부 산하 홍수통제소는 수위가 계획홍수위의 50%, 70%에 도달하면 홍수주의보와 경보를 각각 발령하면서 해당 사실을 NDMS, 기지국 문자발송(CBS), 크로샷(재난 긴급 문자), 팩스를 통해 각 지자체, 기관, 행안부 등에 전파한다. 그러나 정작 범람 직전인 계획홍수위 수위에선 주의보·경보 발령 때와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홍수통제소 업무는 홍수주의보·경보 발령 시 문자와 팩스를 보내고, NDMS로 행안부에 재난방송을 요청하는 것으로 끝난다”며 “미호천교 수위가 계획홍수위에 도달하던 15일 오전 6시 34분에 청주 흥덕구에만 전화로 연락하지 않고, 행안부 상황실에까지 통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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