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도서정가제' 합헌 결정... "문화적 다양성 필요"

입력
2023.07.20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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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경쟁 방지 필요"... 전자책도 포함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소원 심판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소원 심판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책값 할인 폭을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출판업 생태계와 문화적 다양성 보호를 위해 아직은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20일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22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 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출판산업과 독서문화가 상호작용해 선순환하는 출판문화산업 생태계를 보호 및 조성하려는 (도서정가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을 막으려 정가의 10%까지, 마일리지 등을 합쳐 최대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제도다.

웹소설 작가 A씨는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업체 설립을 준비하던 중 도서정가제 벽에 가로막혀 마케팅 전략을 쓸 수 없게 되자 책 시장이 위축됐다며 2020년 헌법소원을 냈다. A씨 측은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한정하거나 출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 적용을 제외하는 등의 대안이 있는 데도 강력히 제한하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그러나 그의 출간 기간 주장에 대해 “구간 도서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해 간행물 유통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고, 가격 경쟁력 차이로 인해 신간 도서가 위축될 개연성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대형 서점에만 정가 판매 등의 의무를 부과하면 가격할인을 제공할 여력이 없는 다수의 중소형서점은 시설과 서비스 경쟁력에서는 대형서점에, 가격 경쟁력에서는 강소형서점에 뒤처진다”면서 소규모 서점이 존폐 기로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전자책은 도서 판매가 아닌 영구 대여에 해당돼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A씨 측 주장에도, “전략적으로 종이출판을 포기하고 전자출판물만을 출판하는 형태가 증가할 것”이라며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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