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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가득 찼어요" "도와주세요"… 지하차도 침수 당시 급박한 119 신고 내용 공개

입력
2023.07.20 17:59
수정
2023.07.20 18: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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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5분 "제방 터졌다" 첫 신고
9시 5분까지 연이어 15건 신고 빗발쳐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청주=뉴스1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청주=뉴스1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피해자들의 신고 내용이 처음 공개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진희 충북도의원이 충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충북소방본부 119신고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7시 51분부터 9시 5분까지 15건의 신고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침수가 시작된 건 오전 8시 40분인데 약 50분 전부터 이미 긴급 신고가 잇따랐던 것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오전 8시 34분부터 물이 지하차도로 흘러들었고, 8시 40분 이후에는 가득 차올랐다.

첫 신고는 오전 7시 51분 “미호천 뚝방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오전 8시 36분과 8시 37분, 8시 38분 32초에 “터널에 차가 침수됐다” “지하차도에 차량 3대와 4명이 갇혀 있다” “오송 지하차도”란 신고가 1분 간격으로 이어졌다. 다시 6초 뒤인 8시 36분 38초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물에 잠겨 극한의 공포에 빠진 시민들의 신고는 계속됐다. 8시 40분엔 “지하차도가 다 잠겼다”란 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8시 42분부터 8시 45분까지는 6차례에 걸쳐 “물이 가득 차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터널에 갇혔다”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차량 시동이 꺼져 난리 났다” “물이 차고 있다. 말이 잘 안 들린다” 등의 신고가 빗발쳤다.

이어 8시 51분 “궁평리 지하차도에 사람들이 갇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달라”는 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9시 5분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된다”는 신고를 끝으로 더 이상의 구조 요청은 없었다.

시민들의 급박한 신고에도 불구하고, 소방당국이 구조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도 엿보인다.

소방당국은 첫 신고를 받은 7시 51분 청주시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8시 37분 세 번째 신고 후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하며 구급차와 순찰차, 소형펌프차 등 9대를 투입했다. 다시 7차례 신고가 들어올 동안 추가 출동 차량이 없었고, 본격 지하차도에 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8시 45분쯤 소방과 경찰, 군장병을 비롯해 81대 장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그땐 이미 지하차도 위까지 물이 가득 차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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