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개런티 출연" '백발 양조위' 뉴진스 뮤비 출연 막전막후

민희진 어도어 총괄 프로듀서가 지인 통해 섭외
량차오웨이 "한국 팬들께 자그마한 선물 됐으면"

아시아 간판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20일 공개된 K팝 그룹 뉴진스의 신곡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에 백발을 한 채 깜짝 등장했다.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20일 공개된 그룹 뉴진스의 신곡 뮤직비디오 '쿨 위드 유'에 깜짝 등장해 온라인을 후끈 달군 '글로벌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61)의 출연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외신을 종합하면, 량차오웨이의 미국 할리우드에서의 '몸값'은 770만 달러(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출연료)에 달한다. 이날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에 따르면, 량차오웨이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총괄 프로듀서가 지인을 통해 량차오웨이에게 뮤직비디오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운 좋게도 출연 승낙을 받았다. 어도어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확인한 량차오웨이가 분량과 상관없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개런티 없이 출연했다"고 말했다.

'아비정전'(1990)부터 '화양연화'(2000)까지. 량차오웨이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며 1980~2000년대까지 우수 가득한 얼굴로 세계 곳곳의 스크린을 낭만으로 물들인 아시아 간판스타다.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거물이 된 노년의 배우가 이제 갓 데뷔 1년 된 K팝 그룹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는 이례적. 량차오웨이는 "좋은 인연이 닿았고, 한국 팬분들께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며 뉴진스 뮤직비디오 출연 계기를 어도어를 통해 전했다.

민희진 어도어 총괄 프로듀서. 어도어 제공

K팝을 통해 실험에 나선 량차오웨이는 뮤직비디오에서 사랑을 관장하는 여신 아프로디테처럼 나온다.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상대는 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인간과 사랑에 빠진 에로스(정호연). 량차오웨이는 뮤직비디오 후반 정호연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의 사랑을 갈라놓는다. 량차오웨이의 등장은 10여 초 분량으로 짧지만 강렬하다. 그는 대사 한마디 없이 차갑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미소로 정호연을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량차오웨이와 정호연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그리스 신화 속 프시케와 에로스의 에피소드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정호연은 “평소 팬이었던 뉴진스, 량차오웨이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 한 분 한 분이 힘을 모아 즐겁게 촬영했다"며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 즐거운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출연 소감을 들려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촬영된 이 뮤직비디오는 두 편으로 제작됐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량차오웨이의 뉴진스 뮤직비디오 등장에 온라인은 후끈 달아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양조위라니 소름이 쫙 돋는다' '대사 하나도 없는데 표정으로 서사를 만든다' '보고도 (그의 출연이) 믿기지 않는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두 편으로 제작된 이 뮤직비디오는 이날 자정 공개돼 오후 2시 기준 총조회수 600만 건을 넘어섰다.

뉴진스는 특유의 감미로우면서도 절제된 목소리로 차가운 비트가 낮고 빠르게 깔린 이 곡의 서정을 돋운다. 앞서 '슈퍼 샤이' 등을 선공개한 뉴진스는 21일 새 앨범 '겟 업'을 발매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