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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만 달러 횡령한 위선의 교육자들… 미국 공교육이 붕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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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타손(휴 잭맨)은 스타 교육자다. 미국 롱아일랜드주 로슬린 지역은 그가 교육감이 된 후 교육의 질이 월등히 높아진다. 로슬린고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명문대 진학자가 늘어나면서 롱아일랜드주 공립고교 순위 4위에 오른다. 학교가 명문으로 부상하니 주변 집값은 급등한다. 학교 이사장을 겸하는 지역 부동산업자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타손은 여러 사람에게 인기가 많다. 학생들을 만나면 격의 없이 대하고, 지역 교사들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학부모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화내지 않고 경청한다. 늘 깔끔한 정장 차림에다 예의범절까지 갖춘 그를 흠모하는 중년여성들이 적지 않다. 타손은 오래전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한다며 이성의 접근을 막고는 한다.
타손은 비밀이 있다. 그는 성소수자다. 보수적인 교육계 문화를 감안하면 커밍아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출장 가서 옛 제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두 사람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타손은 원대한 꿈을 지니고 있다. 로슬린고교를 공립고교 순위 1위로 만드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건물들을 잇는 공중보행로 설치가 우선이다. 지역주민을 설득해 우호적인 여론은 어느 정도 조성했다. 예산만 따오면 그의 이력에 또 다른 도약대가 마련된다. 하지만 그와 단짝인 부교육감 팸 글러킨(앨리슨 제니)의 비리가 적발된다.
관계자들은 글러킨의 죄를 공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손은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글러킨이 빼돌린 돈만 일단 채워 넣고, 글러킨의 사직서를 받자고 제안한다.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로슬린고교 평판이 추락하고 공중보행로 예산 확보가 불발로 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홀로 쫓겨나게 된 글러킨은 분을 참지 못한다. 타손은 비리에 연루된 걸까,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비행을 저지른 걸까.
2002년 미국에서 발생한 미 교육계 최대 횡령 사건을 소재로 했다. 타손은 감추고 있는 게 의외로 많은 인물이었다. 타손의 비밀을 추적해 밝힌 이는 로슬린고교 학보사 기자다. 공중보행로 예산에 대해 취재하다 1,100만 달러 횡령의 ‘긴 꼬리’를 우연히 잡게 된다.
부도덕한 미국 교육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나 교육이 사회 주요 의제인 우리에게도 만만치 않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명문대 진학과 집값 상승이 주요 덕목으로 인정받는 공교육은 진정한 공교육인가. 학부모의 학사 간섭이 예사롭게 있는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한가. 인기에 영합하는 고위 교육행정가의 정책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학교가 배경인 드문 범죄물이 던지는 질문에 누구라도 우울함을 떨치기 어려울 듯하다.
타손은 교육 예산에 대해 취재하려는 학보사 기자에게 처음엔 용기가 될 말을 건넨다. 개방적인 사고를 지닌 스타 교육자다운 언행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결국 부메랑이 돼 그를 몰락시킨다. 아이러니다. 학생 기자가 여러 압박 속에서도 비리를 고발하는 데 힘을 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학교 교육 못지않은 생활 속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휴 잭맨은 도덕 불감증 인물 타손을 입체적으로 묘사해낸다. 울버린 역할 때문에 근육질 스타라는 인상이 강했던 그가 연기력이 만만치 않은 배우라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4%, 관객 8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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