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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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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되었다. 노사 양측이 11차 수정안을 제출한 뒤 표결에 의해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은 9,860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격렬한 갈등과 대립이 벌어졌다.
2023년 4월 26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 원 운동본부'가 발족했고, 여기에 양대노총, 청년 유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했다. 6월 24일에는 민주노총이 주말 도심에서 1만여 명이 모인 집회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2,000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6월 26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며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에 반대해온 소상공인연합회는 4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동결과 차등 적용,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했다. 6월 2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제도화하거나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정치적 캠페인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현상을 '최저임금의 정치화'라고 부른다.
최저임금의 정치화는 특히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독일 등 보수주의 복지체제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도 최저임금 제도화 과정에서 출현한 바 있다. 영미권 국가들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들 나라에서 규제되지 않은 노동시장으로 인하여 임금 불평등이 심하고, 지난 십수 년간 근로연계 복지로 인하여 일방적으로 유급고용을 강조한 결과 질 낮은 고용이 대거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영국노총(TUC)은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강력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미국에서도 2012년도 이후 최근까지 맥도널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노동자들과 돌봄노동자 등 서비스업종의 저임금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를 요구하며 파업을 한 바 있다.
독일 등 보수주의 복지체제에서 최저임금의 도입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심했던 이유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시켜 저숙련-저임금 부문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을 재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국적인 최저임금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정당 사이에서, 노조 사이에서, 사용자단체와 노조 사이에서 그리고 관련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의 정치화가 두드러지게 등장한 배경은 어느 나라보다도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두드러지고 임금불평등이 심각하며, 자영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을 높게 유지하자는 패러다임(a high minimum wage paradigm)은 국제적으로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으며 기업은 물론이고 조직된 정치그룹 사이에서 강한 저항이 있다. 적정 수준(moderate)의 최저임금과 근로조건부 급여(EITC·근로장려금 등)의 보충이 OECD의 권고안이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정치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동시장 개혁, 노동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근로장려금 인상과 저소득 가구를 위한 사회적 지원 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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