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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금액 맞춰드려요"... 전세사기 '업감정' 감정평가사 무더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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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사기에 악용된 수법 중 하나가 ‘업(UP)감정’이다. 사기범들은 흔히 자기자본금 없이 집을 사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쓴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는 건데,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나 오피스텔 특성상 감정평가액에 의존해야 한다. 평가액이 오르면 전세가도 높게 형성되고 당연히 범죄 수익 역시 많아지게 된다. 사기 일당이 감정평가액을 올리는 데 혈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찰이 최근 붙잡은 감정평가사 24명과 브로커 18명은 이런 취약한 거래 구조를 범행에 활용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정평가사는 업감정을 요구한 브로커 제안을 받아들여 평가액을 부풀린 감정평가서를 발급했다. 원하는 감정평가액을 받아오면 전세사기 일당은 브로커에게 건당 100만~1,000만 원을 수수료로 건넸다. 감정평가사들도 평가 법정 수수료와 함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조사 결과, 일당은 시세보다 평균 2,000만~3,000만 원가량 높게 평가액을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평가서가 전세사기의 또 다른 주범이란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심사도 감정평가액을 최우선으로 인정한다.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 빌라는 평가액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했다. 감정평가사가 범죄 유혹에 넘어가 평가액을 부풀려도 세입자는 보증금이 적정한 수준인지 도통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실제 20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 규모는 지난해 2,234억 원(96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622억 원(251건)과 비교해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여기에 감정평가법인 역시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어, 컨설팅업자 등 전세사기범은 특정 평가사에게 부탁해 업감정을 받는 일이 많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브로커가 요구하는 평가액을 잘 맞춰준다고 소문이 난 일부 감정평가사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정부도 감정평가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 시 HUG가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 발급한 감정평가서만 인정하도록 했다. 또 전세보증보험 심사 때 감정평가액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신축 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감정평가사와 브로커 42명을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로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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