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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원자 폭탄 개발을 막아낸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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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 솟아오른 검은 버섯구름.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말을 알리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전쟁 당시 미국, 영국을 포함한 연합국은 우세한 전황이 뒤바뀔 가능성을 두고 두려움에 떨었다. 나치가 우리보다 먼저 원자 폭탄을 개발해 버린다면? 이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됐던 유럽 최초의 과학 특공대가 있었으니, 바로 과학자와 스파이들로 구성된 알소스 부대였다.
알소스 부대는 영국 과학자들이 공포의 전보 한 통을 받던 날부터 시작된다. 독일군이 덴마크 코펜하겐을 점령한 1940년 무렵, 덴마크의 과학자 닐스 보어와의 연락이 돌연 끊겼다. 그러다가 동료 과학자들에게 전보를 보내며 무사함을 알렸다. 그런데 전보 내용이 이상했다. “콕크로프트와 모드 레이 켄트(Maud Ray Kent)에게 안부 전해주기 바람.” 동료 과학자의 이름이었던 콕크로프트와 달리 모드 레이 켄트는 모두가 처음 보는 이름이었던 것. 이들은 “Maud Ray Kent”가 “radyum taken”(라듐을 탈취당함)을 재조합한 애너그램(철자 순서를 바꿔 다른 단어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핵무기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던 독일이 핵심 재료인 라듐을 가져갔다고 판단한 영국 정부는 즉시 미국과 공조해 원자 폭탄 개발 부대를 편성했다.
알소스 부대의 원자 폭탄 개발기는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프랑스 과학자 이렌 퀴리는 어머니인 마리 퀴리로부터 물려받은 10만 달러 상당의 라듐을 독일인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직접 가지고 다녔다. 라듐이 든 60kg짜리 납 상자를 도시의 한 평범한 지하실에 숨겨놨으나 불안했던 나머지 수레에 실어 독일군 검문소를 통과해 도로 가져왔다. 닐스 보어를 영국으로 송환시키는 과정에서 보어의 머리가 너무 커 발각될 뻔한 일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기발한 애너그램인 줄 알았던 문제의 '라듐을 탈취당함' 문장은 알고 보니 그저 보어의 영국인 유모 이름이었다는 것 .
거창했던 임무와 달리 이들의 말로는 씁쓸했다. 이렌과 그의 남편이자 알소스 부대 과학자였던 졸리오는 수십 년간 노출된 방사능 때문에 각각 백혈병과 간 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스파이였던 모 버그 역시 편집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일생을 바쳐 이뤄낸 '원자 폭탄 개발'이라는 미션은 결국 막대한 인명 피해로 귀결돼 인류적 재앙으로 기록됐다. 세계적인 과학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샘 킨 역시 이런 감상을 남겼다. "모든 단계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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