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공화국' 일본의 일하는 문화 바꾸는 한국 기업이 있다?

입력
2023.07.30 09:00
수정
2023.07.30 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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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흥 웍스모바일재팬 리더 인터뷰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 강주흥 리더가 1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 강주흥 리더가 1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일본은 '아날로그 공화국'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수준 낮은 디지털 환경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다른 행정정보 시스템을 사용해 방역 자료 공유조차 어려운 현실에 일본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일본의 디지털 전환(DX)을 이끄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기업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사업 계열사 웍스모바일재팬의 서비스 라인웍스가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강주흥 웍스모바일재팬 리더(이사급)를 만나 디지털 혁신으로 일본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비결을 들어봤다.



"고통스럽던 일, 편하게 하자는 게 DX"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의 첫 매출을 기록해놓은 액자.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의 첫 매출을 기록해놓은 액자.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라인웍스'는 업무용 협업 도구 '네이버웍스'의 일본판 서비스다. 메시지, 게시판, 캘린더, 주소록, 설문, 메일, 화상회의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올인원(All in one)'으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올해 기준 네이버웍스의 글로벌 고객사만 47만 개사, 이용자 수만 48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웍스가 일본에 처음 진출한 건 2015년. 네이버 메신저 '라인(LINE)'이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고 이메일이나 메신저보다 팩스가 익숙한 일본 사람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낯설었기 때문이다. 강 리더는 "첫 달 매출이 1만9,672엔(약 17만8,500원)에 불과했다"며 "사무실 벽에 걸어둔 '첫 매출 액자'를 보며 열심히 일할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네이버웍스는 심기일전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식당, 미용실, 병원 등의 일상에 스며드는 전략으로 일본 시장에 다가갔다. 작은 미용실에서 직원이 수첩에 손으로 적어 회원 관리를 하고 있었다면 네이버웍스의 연락처 관리 기능 등을 활용하면 미용 업무에 보다 집중하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갔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면 회사 입장에선 각종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파고들었다. 대형 식당의 경우 사무직, 매장직, 생산직, 영업직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일을 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 직원마다 네이버웍스 어플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메신저 기능을 활용하도록 했다. 캘린더 기능을 활용해 직원 간 근무일정을 조정하고 전자결재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화장품 판매 기업인 '존 마스터스 오가닉스'도 53개 지점에 웍스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린 사례다. 본래 이메일을 통해 본사와 각 지점이 업무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었는데 라인웍스를 통해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각 점포 점장에게 계정을 만들도록 했다. 물건 재고량이나 신상품 판매 계획, 광고 방식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니 브랜드 관리도 쉬워졌다고 한다.

강 리더는 "택배기사가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을 할 수 없는데 만약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하면 운전 중에도 배달 주소를 금방 알 수 있다"며 "고통스럽게 하던 일을 편하게 하자는 게 디지털 전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휴대폰 하나로 일하는 세상이 꿈"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 강주흥 리더가 1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계열사인 웍스모바일재팬 강주흥 리더가 1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웍스모바일재팬의 지난해 일본 시장 매출은 800억 원(약 88억 엔)에 달한다. 일본 시장에서 8년 만에 급성장한 비결은 '익숙하면서도 사용하기 쉬워서'다. 강 리더는 "일본에서 라인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라인웍스의 UX·UI(사용자경험·환경)도 유사하다"면서 "새로운 앱 솔루션이지만 허들이 높지 않아 쓰기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업무 문화와 시스템에 최적화되도록 각종 서비스를 고안한 '완벽한 현지화'도 큰 몫을 했다.

일본 DX 시장의 미래도 밝은 편이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DX 투자에 소홀할 수 없어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본 정부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9월 디지털청을 총리 직속 기관으로 띄웠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DX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강 리더는 "디지털 전환 가능성이 높다 보니 충분히 도전할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유망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도 돕고 있다.

네이버웍스가 지향하는 최종 종착지는 '휴대폰 하나로 일하는 세상'. 사무실과 현장,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강 리더는 "DX 업무 협업툴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저희는 경쟁제품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팩스, 화이트보드, 전화 등이 경쟁자라면 도전할 곳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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