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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폭우 때 주민 40명 새벽 대피작전... '의용소방대'가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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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시 경북 예천군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야심한 밤, 누군가 다급하게 은풍면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문을 두드리며 공무원들을 찾았다.
면사무소에 달려간 이는 의용소방대원 장용익(53)씨. 그는 비상근무 중인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난리가 났으니 온 마을에 비상대피령을 내려야 한다"며 다급하게 요청했다. 그때 면소재지인 우곡1리 일대는 통나무가 떠내려 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전기도 끊겨 마을은 암흑천지였다.
장씨의 경고 이후 10분 만에 의용소방대원 7명과 복지센터 직원들이 모였다. 대원들과 공무원들은 휴대용 확성기를 들고 캄캄한 마을 쪽으로 뛰어가, 골목을 돌면서 깊은 잠을 자던 주민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대피해야 합니다. 차에 타세요." 의용소방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지만, 마을 어르신들 대부분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설득에 애를 먹어야 했다. 동네 이장이 나타나 등을 떠밀다시피 해 겨우 어르신들을 대피시켰다. 탈출한 주민은 70세 이상만 30명이 넘었고, 치매를 앓고 있던 92세 할머니도 빗속에서 몸을 옮겼다.
이렇게 은풍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의용소방대는 호우피해가 집중됐던 15일 자체 구조활동을 통해 산사태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지켰다. 우곡1리 일대는 두 하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그러다 보니 15일 폭우 당시 높이 3m 정도인 우곡교 위로도 물이 넘쳤고, 거리엔 어른 무릎 높이의 물살이 사람 걸음보다 빨리 몰아치던 상황이었다. 하수구는 갈대와 쓰레기 등으로 꽉 막혀버렸고, 은풍초등학교 주차장도 온통 흙탕물에 덮인 상태였다고 한다.
대피했던 주민들은 모두 집으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의용소방대원들은 도로 복구와 외부 차량 안내 등 구조지원에 여념이 없다. 도로복구 현장에서도 이들이 경광봉을 들었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대원들이 침수 위험지역을 잘 알고, 산길·물길을 꿰뚫고 있다 보니 전국 각지서 달려온 구조대원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초 결성된 은풍면 의용소방대의 대원은 23명. 모두 50세 이상이다. 유해조수와 멧돼지 퇴치에도 이들이 나서고, 야산에 발생한 산불도 진화하는 등 마을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강수(59) 은풍면 의용소방대장은 "집중호우가 시작된 후 대원들이 노루잠을 자면서 생업까지 뒤로 하고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인명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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