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골프'...홍준표, 나흘 만에 고개 숙였다

입력
2023.07.19 15:00
수정
2023.07.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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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 19일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사과"
민주당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공노 등 비난 확산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집중호우 속 골프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집중호우 속 골프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집중호우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 15일 오전 대구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 개장식도 예정대로 진행됐고, 오전 11시30분 경부터 한 시간 가량 운동했으며, 중간에 비가 와서 그만두고 돌아왔다"며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의 팔공산 골프에 대한 비난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터져나왔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7일 '폭우에 골프치러 간 홍 시장, 제 정신인가'라는 논평에서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 다음 날 골프치러 간 정신 나간 시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직격했다. 18일에는 "(홍 시장) 변명이 주말에 골프를 못 치면 체력관리가 안 된다고 한다. 이 정도 체력이면 당장 시장을 그만두는 것이 옳다. 주말에 골프 못 쳐서 평일에 근무하는데 지장이 있을 체력이면 오늘 당장 집에 가서 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전국적인 폭우로 중앙재난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상황이었고, 팔거천에서 시민이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분명히 지적하는데, 물난리 중에는 테니스도 안 되고 골프도 안 된다"고 성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도 논평을 통해 "홍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고 말했지만 핵심을 벗어나도 한참 빗나갔다"며 "긴급상황 대체에 부적절한 활동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들의 주말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직원들에게는 왜 비상근무를 지시했느냐"며 "상황과 직분을 망각하고 골프를 즐긴 홍 시장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홍준표 시장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그가 누구 눈치를 보고, 누구를 신경쓰며 정치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홍 시장의 골프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은 홍 시장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당무감사위원회 감사나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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