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던 충북도, 사고 30분 전 미호강 범람 알았다

입력
2023.07.18 20:00
수정
2023.07.18 20: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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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사고 시간대별 조치 사항 보니…]
도 소방본부·도로관리사업소 침수 전 사고 감지
"행복청에 보고받은 적 없다"는 도 해명도 거짓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한 충북도의 상황 파악 내용과 조치 사항을 정리한 표. 18일 충북도가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한 자료다. 자료 캡처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한 충북도의 상황 파악 내용과 조치 사항을 정리한 표. 18일 충북도가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한 자료다. 자료 캡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 충북도소방본부가 사고 발생 30여 분 전 미호강 범람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하차도 관리청인 충북도로관리사업소도 사전에 지하차도에 물이 유입되고 있음을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 모두 충북도 산하 기관이다. “사고 발생 전 위기 상황을 알지 못해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도의 해명이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도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이날 ‘오송 지하차도 사고 관련 시간대별 상황 및 조치 사항’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의 거짓말이 들통난 셈이라 책임 회피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18일 충북도가 발표한 시간대별 상황 및 조치 사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오전 8시 3분 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미호강 범람 사실을 보고했다. 오전 8시 40분 침수가 시작되기 30여 분 전 이미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119종합상황실은 청주시청 당직실에 강 범람 사실을 전파했다. 단, 24시간 운영되는 충북도재난종합상황실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당시 소방 상황실 측이 시청에만 위기상황을 전파하면 충분한 걸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도 이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도에 빗물이 유입되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 발표 자료에는 ‘오전 8시 27분 지하차도 빗물 유입’ ‘8시 32분 지하차도 상단에서 빗물 유입(주행 어려움)’이라고 적시돼 있다. 침수 시작(8시 40분) 전에 사고 가능성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충북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CCTV로 봤을 때 8시 35분까지 차량 통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갑자기 2, 3분 안에 많은 물이 쏟아져 통제할 수가 없던 상황”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충북도가 18일 공개한 사고 당일 도와 행복청과의 통화 내역. 자료 캡처

충북도가 18일 공개한 사고 당일 도와 행복청과의 통화 내역. 자료 캡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부터 위기 상황을 전파받은 적이 없다고 했던 충북도의 주장도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충북도는 이날 행복청과 주고받은 통화 내역 자료를 통해 “15일 오전 6시 31분, 6시 38분, 7시 2분 등 3차례 행복청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위기’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홍명기 도 자연재난과장은 전날인 17일 “행복청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었다. 도 관계자는 “15일 오전 6시 20분 도지사 주재로 괴산댐 월류 대책 회의가 열리는 등 정신이 없던 시간이라 담당자들이 행복청에서 전화를 받은 사실을 깜빡한 것 같다”고 뒤늦게 말을 바꿨다.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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