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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한꺼번에 덮친 최빈국... "아이티, 이달 10만 명 더 굶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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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격해지는 분쟁과 기후변화, 불평등의 여파를 최빈국 사람들은 온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다. 현재 고통에 신음하는 대표적 국가는 중남미 국가 아이티다. 무려 10만 명분의 긴급 식량 지원이 끊겼다.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기부금도 대폭 줄어든 탓이다.
17일(현지시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이달 긴급 식량 지원 대상인 아이티 국민의 수를 지난달보다 25% 줄였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 10만 명이 식량 지원 없이 살아가게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아이티의 식량 값이 폭등한 반면, 기부금은 계속 줄어 지원 중단이 불가피했다고도 설명했다.
아이티는 오랫동안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 온 중남미의 최빈국이다. 최근 상황은 전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WFP는 아이티 전체 인구(950만 명)의 51.7%인 49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최근 7년 만에 세 배나 증가한 규모다. 뿌리 깊은 부패,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아이티의 비극을 초래한 최대 원인이지만 '외부 변수'도 있다. 국제 분쟁과 기후위기다.
아이티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한 시발점은 2018년 반정부 시위였다. 당시 정권의 부패에다 기름값이 치솟자 대규모 시위가 확산했고, 대부분의 국가 시설이 폐쇄됐다. 연 13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했던 이 나라 관광산업에 큰 타격이었다.
국제 정세는 이러한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국·중국 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최근 3년 동안 세계 식품 가격을 24%가량 폭등시켰다. 아이티 내부는 더 불안정해졌고, 그 결과 무장 폭력조직에 의한 살인·유괴·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됐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점점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기후변화는 아이티 국민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삶의 터전마저 파괴했다. 가뭄과 태풍이 번갈아 닥치는 아이티는 2020년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여파가 세 번째로 큰 국가'로 꼽혔다. 2021년 유엔은 카리브해 연안 가뭄을 설명하며 "가뭄이 농·축산업 생산량을 감소시켰고, 이는 아이티에서 또 다른 폭동을 낳았다"고 밝혔다.
국제기구도 이 같은 아이티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이티 식량 생산량은 최근 7년(2014~2021년) 사이 20% 줄었고, 곡물 생산량은 40%나 급감했다. WFP는 "지난달까지 아이티 지원 기금은 목표량의 16% 밖에 모이지 않았다"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75만 명이 식량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전 세계 경제학자 234명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아제이 방가 WB 총재에게 국제사회의 불평등 대응을 요구하는 서한을 각각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극심한 불평등이 정치와 신뢰, 다자주의를 잠식할 것"이라며 "(불평등 해결만이) 탄소중립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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