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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식어 돌아온 산사태 실종자들... '자연인' 장병근씨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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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야속하시지… 우야면 좋노.”
주민 2명이 실종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노인회관에 대피 중인 주민들의 입에선 연신 걱정과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잦아드는 것 같던 빗줄기가 18일 오후부터 다시 굵어지자 주민들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실종됐던 아랫마을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마음은 저 하늘만큼 시커멓게 변했다. 바로 지난주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이웃사촌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극한 호우피해 나흘째를 맞은 예천군에선 이날 소방대원, 군인, 경찰관 등 가용 인력이 총동원돼 실종자 수색이 이어졌다. 경북도는 예천지역 인명수색에만 1,850여 명을 동원했다. 경북소방 중앙119구조본부 특수대응단 산불특수대응단 의용소방대 등 소방대원 396명, 경찰관 201명이 투입됐고, 포항에서 해병대 장병 1,257명이 수색 작업에 합류했다. 해병대는 19일부터 수색 병력을 1,6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날 오전 용문면 한천에서 남편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다 휩쓸린 60대 여성을 수색 중이던 해병대원들이 발견했다. 70대 남편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날 낮 12시 10분쯤에는 감천면 진평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구조견이 70대 여성 1명을 찾아냈다. 토사에 휩쓸린 자택에서 하류 방향으로 1㎞나 떨어진 곳이었다. 남편은 15일 토사가 덮칠 때 숨졌다.
오후 3시 35분쯤 119특수구조단은 효자면 백석리에서 MBN 방송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지역 유명인사가 된 장병근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자택에서 1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토사 속에 묻혀 있었다. 16일 오후엔 함께 실종됐던 장씨의 아내가 먼저 숨진 채 발견됐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친구·이웃을 먼저 보내고 삶의 터전까지 송두리째 잃은 주민들의 시름도 깊기만 하다. 황보성 백석리 이장은 “친구 2명이 죽었고 집도 절도 다 떠내려갔다"며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20여 명의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백석경로당에선 주민 중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엔 감천면 천향2리 주민 37명 등 4개 마을 42명의 이재민이 15일 오후부터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당장 먹고 잘 수야 있지만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창진(63) 천향2리 이장은 “갑자기 집이 쓸려 나가면서 휴대폰 하나만 들고 빠져 나왔다”며 “1,000평 인삼밭과 2,000평 고추밭 등 1만5,000평 농사가 완전 망했다”며 울먹였다.
아직도 식구들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현장 인근에서 여전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아내를 찾고 있는 이재범(65·감천면 벌방리)씨는 괜히 귀농을 한다고 아내를 여기로 데려온 걸 후회하고 있었다. “수원에서 살다가 2년 전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귀농했어요. 작년에 농사도 잘 돼서 딱 10년만 해 보자고 했는데...”
이날까지 경북지역에서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22명, 실종자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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