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은 왜 위기 속 CEO들에게 롯데 자이언츠 얘기 꺼냈나

입력
2023.07.18 19:00
수정
2023.07.18 19:5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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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VCM서 신 회장, 강한 메시지 내
경영 키워드로 강조한 '언러닝 이노베이션'
"불확실한 환경에서 과거 행동 양식 바꿔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제공


"롯데 자이언츠처럼 능력을 보고 필요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8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프로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를 꺼냈다.

자이언츠는 5월 15년 만에 9연승을 달리며 11년 만에 팀 순위 단독 1위까지 오르는 등 초반 상승세가 뜨거웠다. 신 회장은 자이언츠가 올 시즌 실력 위주로 입단 1, 2년 차 신인 선수를 중용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밝히며 CEO들에게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자이언츠의 성과는 지금의 롯데그룹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1월 상반기 VCM에서 신 회장이 경영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속 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제시했지만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의 신용 등급 하락과 재계 순위 하락 등 그룹 악재가 이어졌다.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서 롯데그룹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지켜온 재계 순위 5위를 포스코그룹에게 넘기고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신용 등급도 지난달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고, 모회사인 롯데지주 신용 등급도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역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업황이 좋지 않다.

이번 VCM은 롯데그룹이 포스코그룹에 밀려 재계 순위 6위로 밀린 후 열리는 첫 회의다. VCM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롯데의 사장단 회의로 이번에는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지주 대표이사, 각 사업군 총괄 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 지주 실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상반기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나왔다.



"과거 성공 잊고, 새로운 혁신 추구해야"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3일 부산항 북항을 방문해 30개국 주한 대사 등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 행사 참석자에게 부산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3일 부산항 북항을 방문해 30개국 주한 대사 등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 행사 참석자에게 부산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이렇듯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열린 VCM에서 신 회장은 경영 키워드로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했다. '배우거나 경험한 것을 잊는다'는 뜻의 언러닝을 활용,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용어다. 신 회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며 1월 열린 상반기 VCM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 놨다.

신 회장은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이를 위해 △해외 사업 및 신사업에 대한 지속적 고민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 흐름과 자본 비용 관리 강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이라며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고금리·물가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을 언급한 후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사실"이라며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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