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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원 내고 3500만 원 보상"... 극한 기후 재난, 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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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을 살면서 요즘처럼 이상한 날씨는 처음 겪는다.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며칠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를 쏟아내는 하늘을 바라보던 할머니께서 별안간 이런 얘기를 하시네요. 아흔에 가까워진 연세인데, 최근 날씨는 지난 100년을 돌아봐도 이례적일 정도로 이상한가 봅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많은 양의 비나 눈이 쏟아지고 '역대급'이라는 초대형 태풍의 빈도가 늘어나고, 이제는 꽤 잦아진 지진까지 일상의 평온을 뒤흔들고 있으니까요. '기후변화' '이상기후' '극한 기후'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일주일 내내 쏟아진 집중호우에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 무심한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재민의 마음이 차마 가늠되지 않네요. 처참하게 망가진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할 이들을 그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겠죠.
몇 년 전부터 정부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풍수해보험'은 예상치 못한 재해를 맞닥뜨려야 하는 수많은 국민을 위한 일종의 사회 안전망입니다. 농어민뿐 아니라 도시의 소상공인까지 관심을 가지면 좋을 내용을 소개해 볼게요.
자연 재난으로 발생하는 재산 피해를 보상해 주는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은 정부가 주관하고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다른 보험 상품과 마찬가지로 상품을 판매하는 민간 보험사에서 상담을 받고 가입하면 된다는 뜻이죠. 현재 풍수해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DB손보, 현대해상화재, 삼성화재, KB손보, NH농협손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등 7곳입니다.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9가지 재난(태풍, 호우, 홍수,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지진해일)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 대상은 주택과 온실(비닐하우스), 그리고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가와 공장 건물입니다. 주택에는 15층 이하 아파트 등 공동 주택도 포함돼요. 실제로 침수 피해 우려 지역이나 노후 아파트는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네요.
2006년 처음 근거법이 만들어졌을 땐 주택과 온실에 대해서만 적용됐는데, 워낙 가입률이 낮고 소상공인 피해가 농어민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2020년 소상공인의 상가와 공장까지 대상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 5명 미만(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명 미만)인 소기업을 운영한다면 보험 가입 자격이 있는 셈이죠.
이 보험의 특징은 정부가 보험료의 70% 이상을 지원해 준다는 겁니다. 물론 가입 지역이나 대상 시설물의 면적, 보험 가입 금액에 따라 보험료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가 대부분의 비용을 지원해 주다 보니 자부담은 상당히 낮은 편이죠. 시설물 소유자뿐 아니라 세입자도 저렴한 비용에 가입할 수 있답니다.
실제 사례를 볼게요.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과 500㎜가 넘는 물폭탄에 가게가 망가진 경북 경주시의 소상공인 A씨는 총 1,414㎡ 넓이 피해 면적에 대해 3,5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피해 발생 불과 한 달 전에 풍수해보험에 가입해 둔 덕분이었죠. 총 보험료는 21만8,300원이었지만 정부가 12만3,500원을 부담해 준 덕에 실제 낸 돈은 3만9,200원에 불과했습니다. 풍수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재난지원금 300만 원 수령이 전부였을 텐데 12배 가까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던 셈이죠.
최근 들어 정부가 풍수해보험을 적극 홍보하면서 가입자 수는 쭉쭉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0년 말만 해도 주택 풍수해보험의 경우 전체 주택 수 대비 가입률이 20.6%에 불과했는데, 올해 5월엔 28.9%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10.3%에 불과했던 온실 가입률은 15.4%까지 늘었고요. 2020년 전국 가입을 받기 시작한 소상공인의 경우 0.96%에서 42.9%까지 가입률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특히 올해와 같은 큰 수해가 난 직후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하네요.
이제 가입 조건을 알아볼게요. 먼저 주택 보험에는 정액형과 실손비례(실손보상)형이 있는데요, 정액형은 보험 가입 당시 정해둔 금액을, 실손비례형은 실제 손해로 인정된 금액을 보장받는 방식을 뜻합니다.
80㎡짜리 단독 주택 소유주라고 가정해 볼게요. 정액형 보험에 가입할 경우 올해 기준 연간 자부담액은 총 보험료(4만3,900원·전국 평균)의 30%인 1만3,2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차상위 계층이라면 9,300원(21.2%)으로 낮아지고, 기초수급자거나 재해취약지역 거주자일 경우 5,700원(12.96%)만 내면 됩니다. 재해취약지역 내 저소득층(기초, 차상위, 한부모가족)은 보험료가 100% 지원됩니다.
정액형 보험은 주택 피해 정도에 따라 보험금 액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80㎡ 주택 기준 단순 침수 피해는 최대 530만 원이지만 소파(小破·1,800만 원)→반파(3,600만 원)→전반파(5,040만 원)→전파(7,200만 원) 등 피해 수준이 심각해질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높아집니다. 여러 가지 특약을 걸면 가재도구 등 동산에 대해서도 보상이 가능하고요.
실손비례형을 선택한다면 주택의 넓이나 가치에 따라 보험 가입 금액이 달라집니다. 주택의 상태뿐 아니라 위치(시군구)와 조건 등을 모두 따지거든요. 아무래도 아파트 등 집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면 실손비례형 가입이 유리합니다. 공동 주택에 한해 실손비례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NH농협손보 측은 "작은 손해라도 모두 보장받기를 원한다면 정액형보다 실손형이 유리하다"고 귀띔하네요.
상가나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라면 풍수해보험으로 상가 건물은 최대 1억 원까지, 공장은 1억5,00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 대상은 건물과 시설, 집기 비품을 포함하고, 재고 자산의 경우엔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장이 가능합니다. 온실은 비닐하우스 종류와 면적에 따라 보험 가입 금액이 천차만별인데, 폭설이나 강풍 피해가 났을 때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가입해 두는 게 유리하다고 하네요.
문제는 풍수해보험이 1년 단위 소멸성 보험이라 영세한 농어민과 소상공인 입장에선 보험료를 '아까운 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상습 피해 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주민은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러나 자연재해는 예상치 못한 때 몰려옵니다. 지난해엔 집중호우 피해는 수도권에, 태풍 피해는 경북 동해안에, 겨울 폭설 피해는 강원과 호남 지역에 많았습니다. 올해 장맛비는 충청권과 경북에 집중됐죠. 지진은 2017년엔 경북 포항시에서, 지난해엔 충북 괴산군에서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어떤 지역에 살고 있든 풍수해 피해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면서까지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는 재난지원금을 보완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풍수해보험으로 보상을 받으면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재해위로금을 중복으로 받을 순 없지만, 통상 수백만 원 수준에 그치는 위로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기에 피해 복구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싫은 분이라면, 이제 곧 태풍이 오기 전에 풍수해보험에 가입해 두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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