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L2 포인트로 발사된 망원경
우주 3분의 1 공간 탐사 시작
3차원 우주지도 작성 기대
30년 이상 우주를 누빈 허블망원경의 후계자로 불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2021년 성탄절에 우주로 출발한 이래,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사건이 천문학계에 일어났다. 우주 탄생의 비밀부터 우주 팽창의 원인까지 밝혀낼 유클리드 우주망원경(Euclid Space Telescope)이 발사된 것이다. 인류를 전율케 한 허블 울트라 딥 필드와 제임스 웹의 용골자리 성운처럼,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어떤 단서를 포착해낼지 기대가 매우 크다.
유럽우주국(ESA)은 7월 2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한 달 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있는 제2라그랑주점(L2)에 도착해 7개월간 시범 운영된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이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이 위치에 탐사선을 놓으면 별다른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계속 그 위치에 있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지점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주차장 같은 장소이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목표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암흑물질(Dark matter) 탐사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중 인류가 알고 있는 물질인 항성, 행성 같은 천체와 가스 등은 고작 5%에 불과하다. 남은 95%는 여전히 인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의 나머지 68%가 암흑에너지, 27%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암흑에너지는 아직 인류가 그 실체를 모르는 '미지의 힘'으로,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힘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관측 가능한 물질로는 설명되지 않는 우주의 중력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액시온, 윔프 등이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확히 관측되거나 밝혀진 바는 없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규명하면, 우주의 탄생과 팽창 가속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유럽우주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우주 기관 300여 곳의 과학자 2,000여 명이 10년 이상 걸려 만들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높이 4.7m, 폭 3.5m, 반사경 1.2m, 무게는 2,100㎏으로, 무게가 6,500㎏에 달했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보다는 작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에는 대형 '가시광선 관측기'와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가 실려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200배나 넓은 시야각을 가진 가시광선 관측기는 100억 광년 밖의 빛까지 포착할 수 있다. 은하지도를 작성해서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된 우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클리드는 3차원(3D) 우주지도를 그린 뒤, 지도에 나타나는 중력렌즈 현상을 분석할 것이다. 중력렌즈 현상이란, 수십억 광년 밖의 은하나 천체에서 오는 빛이 중간에 있는 다른 천체들의 중력의 영향을 받아 왜곡되는 현상이다. 중력 렌즈 현상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의 영향을 제거하면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계산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먼 곳에 있는 별과 우주를 확대해서 찍는 인물 카메라라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별과 우주 전반을 넓게 담는 풍경 카메라 역할을 한다. 유클리드의 우주지도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뿐만 아니라 천문학 분야에서 수십 년간 발굴해야 할 금광이 될 것이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올해 10월 첫 이미지를 내놓을 예정이며, 주요 관측 데이터 공개는 2025년, 2027년, 2030년으로 예정돼 있다. 허블과 제임스 웹, 유클리드 우주망원경까지 3개의 우주망원경의 환상적인 컬래버가 보여주는 우주의 모습은 어떤 광경일까.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생명의 근원에 대한 '빅 퀘스천'을 찾기 위한 우주망원경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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