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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에 차단기 설치한다더니… 2년 넘게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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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숨진 후, 정부는 침수 우려 지하차도 145곳에 자동출입차단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인 2021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925개 모든 지하차도를 대상으로 침수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자동차단기 등 침수방지시설을 보강하라”고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자동차단기가 미리 설치될 기회가 최소한 두 번은 있었다는 얘기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스스로 지하차도 침수방지 대책을 내놓은 지 3년, 권익위 권고가 나온 지 2년이 됐지만, 부산 지하차도와 똑같은 사고가 3년 만에 되풀이됐다. ‘천재’가 아닌 ‘인재’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지하차도 사고 이후에도 지하공간의 침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은 꾸준히 울렸다. 지난해 여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북 포항시에선 태풍 힌남노로 범람한 하천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덮쳐 7명이 사망했다.
올해 충북도는 오송 지하차도에 자동차단기를 설치하기로 예정하고 있기는 했다. 지난달엔 국비도 받았다. 하지만 설치 공사 발주는 장마가 끝난 이후인 9월로 계획돼 있었다. 행안부는 “충북도가 자동차단기 예산 지원을 5월에 요청했고 6월에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북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행안부가 재난안전 관련 특별교부세 사업 수요 조사 공문을 발송한 건 올해 2월이었다. 충북도뿐 아니라 전 지자체가 같은 시기에 특교세를 받았다. 예산 교부까지 4~5개월 걸린 셈이다.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재난안전 관련 예산인 만큼 행정 절차를 단축해 예산 교부 시기를 앞당길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행안부도 책임이 없다 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하차도 자동차단기 설치 사업을 신청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설계조차 시작하지 못했다”며 “예산이 나와야 실행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다만 행안부는 “지자체가 계획서를 준비하는 시간, 행안부가 서류를 심사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예산 교부가 늦어진 게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충북도의 안전불감도 매한가지다. 도는 2021년과 지난해에는 관련 예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는 2019년 침수 우려 지하차도 140여 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오송 지하차도는 셋 중 가장 낮은 3등급(보통)을 받았다. 3등급도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통제돼야 했지만, 지하차도에 물이 가득 들이찰 때까지도 차량 통행은 계속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인근 주민 등이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청, 119, 경찰 등에 알렸으나 아무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송 지하차도가 3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이상기후와 토목 공사로 인한 지형 변화 등이 빈번한데도 주변 변화를 고려한 위험도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3등급이 1, 2등급에 비해 안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며 “재난 안전 대책은 과도하다 싶을 만큼 구체적이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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