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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정당 현수막서 배출된 온실가스 4800톤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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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지금은 일상이 선거철인 것 같다. 길거리를 뒤덮은 정당 현수막 때문이다. 민주·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해 게시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명분이 무색하게 길거리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 때문에 정치오염과 환경오염으로 시민들 고통만 커지고 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현수막은 게시할 수 없다. 다만 관혼상제나 학교행사, 시설물의 보호, 집회 등의 목적으로 현수막을 사용하는 것은 예외로 해 왔다. 그런데 작년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설치하는 정당 현수막이 예외 대상에 추가되었다. 정당 현수막의 합법적 상시 길거리 점령이 가능하도록 개악된 것이다.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란 '특정 정당이나 공직 선거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을 모집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길거리 정당 현수막은 누군가를 반대하거나 비방하는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특정 정당의 지지층에게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시민들의 정치 혐오감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공방이야 그 기사를 보지 않으면 되지만 길거리 현수막은 내가 눈을 감지 않는 한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신 고문 수준이다.
환경부가 올해 1분기 전국 지자체가 철거했다고 보고한 정당 현수막 무게를 취합했더니 1,300톤이라고 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수거한 현수막 1,100톤보다 많은 양이다. 지자체가 철거한 현수막은 법적 게시 기한(15일)을 지난 불법 현수막이기 때문에 정당으로부터 의뢰받은 설치 업체가 철거한 양까지 포함하면 실제 길거리에 설치된 현수막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현수막 쓰레기는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일부 장바구니 등으로 제작한다고 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 재활용으로 집계된 양의 대부분은 쓰레기를 태워서 에너지로 이용된 양이다. 에너지 회수는 재활용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재활용보다는 소각에 더 가깝다. 현수막 재질은 석유로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다 보니 현수막 1장(규격 10㎡ 기준)을 만들고 태우는 과정에서 4㎏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올해 1분기 지자체가 철거한 정당 현수막의 제작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만해도 무려 4,800톤에 달한다. 지자체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양까지 생각하면 1만 톤은 족히 넘어갈 것이다.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이 아니라 정치 혐오증만 키워서 민주주의를 좀먹고, 길거리 미관과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지구의 환경도 좀먹는 백해무익한 정당 현수막을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것일까? 노인분들도 이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 공유를 하는 디지털 시대에 길거리 현수막으로 강제로 정보를 주입당하는 야만과 퇴행의 길을 걷는 우리나라 현실이 암울하다. 분노와 부정의 언어로 가득 찬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들 보기 민망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 현수막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문구는 점점 더 과격해질 것이다. 길거리 정당 현수막을 정치활동 자유의 권리로 인정해 주고 지금처럼 무제한 설치를 허용해 줘야만 할까? 자제를 권한다고 경쟁에 눈이 먼 정당들이 귀를 기울일 것 같지 않다. 법으로 다시 금지하는 것만이 답이다. 국회에 요청한다. 원래 상태로 다시 되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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