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시, 이달 말 튀르키예 방문
이집트, 국내외 문제 '첩첩산중'
10년 앙숙 청산, 새 관계 모색
2023년, 중동 국제관계의 새로운 흐름을 읽는 키워드는 '화해'이다. 3월에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깜짝 화해가 이루어졌고, 6월에는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이스탄불을 방문해 이전의 적대 관계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놓인 중요한 이슈는 이달 27일로 예정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2013년 국방부 장관이던 시절 이후 엘시시가 튀르키예를 처음 방문하는 것이며, 이는 이집트-튀르키예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서 엘시시와 에르도안은 8년 만에 만나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올해 2월에는 튀르키예 대지진에 이집트가 구호 지원을 보내는 등 호의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달 초에는 이집트·튀르키예 외무부 장관이 10년 만에 대사를 교환하기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집트와 튀르키예의 관계 악화는 주로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아랍의 봄' 기간에 이집트 군부를 비난하고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한 튀르키예의 입장이었고, 둘째, 리비아 내전에서 이집트와 튀르키예가 서로 다른 파벌을 지원하면서 대립했다. 2020년 7월에는 리비아의 중요한 도시인 시르테 지역을 두고 양국이 대립,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엘시시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하여 본격적인 화해에 나선 것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중동 국제질서가 다극화됐고, 이집트 내 경제난 등 내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이집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속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 파운드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외환보유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6월에는 1달러에 약 18.7이집트 파운드였지만, 올해 5월에는 1달러에 약 30.8이집트 파운드로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집트는 경제 문제 돌파구 마련에 외교 관계 재정립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카이로와 앙카라의 무역 관계는 양국 관계가 악화된 시기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집트의 튀르키예에 대한 수출은 매년 평균 7%씩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이집트와 튀르키예 양자 무역 규모가 전년 대비 14%나 증가했다.
또한 이집트는 가스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카이로는 동지중해 가스포럼(EMGF)을 주도하며 가스 수출 허브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튀르키예도 동지중해 가스 자원에 커다란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집트에 경계 대상으로 손꼽혀 왔다. 2019년 튀르키예 정부가 동지중해 가스 자원에 대한 야심을 갖고 리비아와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를 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대응하여 2020년 이집트는 그리스와 자체적으로 EEZ 경계를 정하며 튀르키예에 맞섰다. 이제 이집트는 튀르키예와의 외교관계 회복을 통해 동지중해 가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주도권 확보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달 말 예정된 엘시시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은 확실히 양국 관계에 새 장을 열어 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방문 이후 어떻게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이 강화되고 발전할 것인지 주목하는 것은 중동의 최근 화해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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