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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전략, 디테일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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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귀환과 경제안보 부상 속에서 유럽연합(EU)이 최근 공식 경제안보전략을 발표하였다. 비록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을 갖추지 못한 통신문 형태로 발표되었지만 EU가 경제안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하려는지를 엿볼 수 있다.
EU는 중국과의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을 내세우고 있어 과연 어떻게 위험 완화를 하겠다는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번 전략을 읽어 보았다. 전략은 현재 EU가 당면한 위험을 크게 4가지로 인식하고 있다. 에너지 포함 공급망 복원력 위험, 핵심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및 사이버 안보위험, 기술안보 및 기술 유출 위험, 경제적 의존의 무기화 및 경제적 강압의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은 새롭게 제시된 것은 아니다. EU는 이미 작년부터 핵심인프라 복원력 강화를 위한 이사회 권고안을 채택하였고, 제3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대응조치 규정을 입법화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전략은 타국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는 EU의 공급망 의존성을 검토하여 위험을 평가하고, 특히 민군 겸용으로 쓰일 수 있는 핵심전략 기술 목록을 선정하여 6개월마다 위의 4가지 영역에서 위험 평가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위험 평가를 위해 첩보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민간 및 군의 인텔리전스 기능을 단일정보분석역량(SIAC)이라는 개념하에서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킬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EU는 제시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증진, 보호, 협력이라는 3가지 실행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EU의 경제 성장, 경쟁력 및 복원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각종 투자 및 산업 정책, 유럽반도체법, 핵심광물법, 유럽그린딜, 유럽플랫폼을 위한 전략기술 제안 등이다. 둘째, EU 강압대응조치 채택, EU 민군 겸용 수출통제 규정 개정, 역내 외국인직접투자 심사 규정 강화 등을 통해 불공정한 관행과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고 EU의 전략적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셋째는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공통의 이해를 토대로 많은 국가와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U의 경제안보전략에는 산업정책, 기술혁신정책, 수출 및 투자 규제, 첩보 수집관련 조직 개편, 양자 및 다자 외교 전략 등 광범위한 내용이 망라되어 있어 경제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출이나 투자 규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가득 담고 있어, 어떤 점에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인지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EU의 경제안보전략은 미국이 이미 실행 중인 내용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전략을 언급하는 많은 문건에도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미국 경쟁력의 회복이다. 뒤를 이어 대중 첨단기술 수출 및 투자 규제와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따라온다. 우리의 경제안보전략은 어떠한가? 지난 6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안의 경제안보 관련 내용은 능동적 경제안보 외교, 핵심 공급망 위기 대응, 핵심·신흥기술 보호와 협력, 저탄소경제 전환 가속화를 포함하고 있다. 중요한 내용은 들어가 있지만 경제안보의 대외적 측면과 대내적 정책의 통합도 부족하고, 이를 독자적인 경제안보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경제안보의 지속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안보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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