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리 공사 한다고 미호강 강폭 확장사업 3년간 중단

입력
2023.07.17 15:49
수정
2023.07.17 18:4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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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폭 넓혀 수위·배수 조절 목적 공사
당초 2021년 완공 예정, 우선순위 밀려
내년 재착공... "확장 시 피해 막았을 것"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제방 붕괴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 일대에서 일찍이 상습 범람에 대비한 정비사업이 실시됐지만, 본공사 직전 작업이 돌연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천 위를 지나는 교량 공사가 뒤늦게 결정돼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인데, 안일한 홍수 대처 계획도 인재(人災)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5년 7월 ‘미호천(현 미호강)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2년 뒤인 2017년 3월 공사에 착수했다. 강외지구는 미호강과 병천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1.6㎞ 설정된 구간이다. 15일 궁평2지하차도까지 강물이 범람한 미호천교와 미호철교 유역도 포함하고 있다.

사업 핵심은 교량 부근 하천 폭(350m)을 610m로 대폭 넓혀 배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었다. 해당 지점이 합류부 바로 밑에 위치해 있지만, 폭은 상ㆍ하류(450~590m)보다 크게 좁아 비가 많이 내리면 범람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홍수 피해 후 충북도가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도 조사단은 “협소한 하폭(양안 둑 사이 거리)이 인근 하천 배수에 영향을 미쳤다”며 “병목지점 하천 제방을 확장하면 병천천에서 최대 0.5m의 홍수위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호천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위치도. 이번 폭우에서 범람한 미호천교와 미호철교 인근 하천 폭을 대폭 확장해 홍수를 방지하려 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보도자료 캡처

미호천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위치도. 이번 폭우에서 범람한 미호천교와 미호철교 인근 하천 폭을 대폭 확장해 홍수를 방지하려 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보도자료 캡처

그러나 당초 2021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던 사업은 본공사 착수 전인 2020년 1월 전면 중단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에 미호천교와 미호철교가 각각 포함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교량 공사를 하면 어차피 땅을 다시 파야 해 작업 효율성을 위해 공사 종료 후 내년 하반기 재착공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근거해 지난해 국토부가 하던 하천정비사업을 넘겨받았다.

치수보다 교통이 중요하다고 본 정부 결정을 이해하더라도, 이곳이 상습 홍수 지역이었던 만큼 다른 공사 기간 중에도 수해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애초에 미호천교 옆 임시제방이 모래성 쌓듯 조성됐다” “새로 만든 둑 높이가 기존보다 낮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최소한의 예방 조치마저 부실했다는 얘기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병목구간에선 수위가 높아지고 유속이 빨라지기 마련인데 다리까지 있으면 교각에서 와류 현상(원래 물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이 심해져 제방에 가하는 충격이 더욱 커진다”며 “하천 제방사업을 먼저 끝냈다면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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