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힘 빠졌던 유엔사, 한반도 '정전 수호자' 역할 커진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7월 27일로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습니다. 하지만 정전체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종전의 길은 너무 험난합니다. 정전 70년의 의미와 한계, 과제를 짚어봅니다.
동아시아에 상주하는 유일한 미군 대장 폴 러캐머라. 그의 별칭은 ‘모자 3개'를 쓴 사람이다.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임무는 엇갈린다. 주한미군·한미연합사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유사시 반격에 나선다. 군사행동에 방점이 찍혔다. 반면 유엔사는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상유지와 지원에 주력한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유엔사가 '심판'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힘이 빠졌다. 지난해 북한이 무인기로 서울 상공을 유린하고 이에 맞서 우리 군이 무인기를 북한에 보낼 당시 유엔사는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유엔사의 상실감이 두드러졌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추진한다"고 적시했다. 종전으로 바뀌면 정전협정을 지켜야 하는 유엔사는 존재근거가 사라진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13일 “지난 정부에서 6·25전쟁 의료지원국인 덴마크나 독일 등의 유엔사 (전력 제공국) 참여가 승인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 정부가 참전 지원국의 역할을 일부러 뭉갰다는 것이다.
북한도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2021년 10월 유엔총회에서 김성 주유엔북한대사는 "남한에 있는 유엔사는 미국이 불법으로 만들어 행정과 예산 모든 면에서 유엔과 무관하다"며 "유엔사 존립에 대한 미국의 주장은 남한 점령을 합법·영속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사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사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엔사는 유명무실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할을 확대하려는 심폐소생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엔사의 조직·인력·기능을 2014년부터 꾸준히 확대해왔다. 향후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 공백을 유엔사를 통해 메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또 유엔사는 2018년 7월 사상 최초로 유엔사 부사령관 자리를 미군이 아닌 외국군 장성에게 맡겼다. 유엔사를 실질적인 '다국적 군사기구'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의 임무는 더 막중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며 어깃장을 놓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에 주둔한 유엔사 후방기지를 활용하면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장비·물자를 한반도에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올 상반기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한국군,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 및 지원병력, 민간인원과 유엔 전력 제공국 대표단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과 연합사를 통해 유엔사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덴마크를 참여시켜 18개국으로 늘렸다. 6·25전쟁 때처럼 유사시 한국을 도울 우군들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월 연두 업무보고 브리핑을 통해 “한미동맹·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국방장관회담을 열겠다”며 “한미뿐만 아니라 유엔사 회원국과도 안보 분야에서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