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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취급 K팝 탈덕"...'속옷검사' 인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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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국내 최대 K팝 제작사 하이브가 최근 소속 아이돌그룹 팬 사인회에서 과도한 몸수색으로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차별 반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공동체성 회복(BTS)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세계적 지지를 얻은 K팝 제작사가 정작 현실에선 팬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보로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K팝 산업은 팬덤의 높아진 주체성과 윤리 소비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급성장했다. 이를 외면하고 공급자 중심의 강압적인 팬덤 관리로 K팝 제작사들이 잇따라 잡음을 내면서 K팝 산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세기 "불가촉천민"의 등장
불가촉천민. 최근 트위터에선 이런 자조적 단어가 실시간 유행어로 등장했다.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며 좋아하는 K팝 아이돌에 헌신했는데 정작 기획사들은 이런 팬들의 마음을 볼모 삼아 '갑질'을 하고 팬들은 '천민' 취급받는다는 하소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소재 CTS아트홀에서 열린 하이브 소속 신인 그룹 앤팀의 팬 사인회에서 녹음 방지를 이유로 보안 요원들이 일부 참가 팬들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직접 접촉하고 속옷까지 검사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당시 SNS엔 "가슴 좀 만진다면서 '(애플)워치죠?' 하면서 작은 공간으로 데리고 갔다. 너무 수치스럽고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가슴 만지는 건 (멤버) 바로 옆에서 했다. (보안요원이) 아무것도 못 찾아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나가실게요' 이러더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보안요원이 녹음 기기를 찾느라 벌인 불쾌한 몸수색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금속탐지기능이 탑재된 검색대를 통과한 뒤 검사 기기로 몸에 닿지 않게 훑는 일반적 보안 검색 과정을 생략한 채 몸수색부터 한 것은 K팝 팬덤이 그간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엔 "아이돌이 신격화하면서 귀족이 된 것 같다. 무슨 황제 알현하냐?" "돈 쓰는 것도 팬인데 왜 인권유린까지 당해야 하나"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유료 1대 1 메시지 서비스는 괜찮고?
하이브 측은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서 몸수색의 보안 과정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대응 방식이 폭력적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는 "아이돌과 팬들의 사적 대화가 노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면 비접촉 검사 등을 선행해야 했다"며 "기획사가 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팬과 가수의 1대 1 대화형 메시지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는 K팝 기획사들이 정작 팬 사인회에선 대화 노출을 우려해 과잉 단속을 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멸시'에 가까운 기획사의 횡포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K팝 팬 A(23)씨는 결국 K팝과 '손절'했다. 그는 "팬 사인회 가려고 CD를 40장 넘게 샀고 그렇게 어렵게 간 팬 사인회에선 몸수색을 당했다"며 "한번은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을 보려고 공항에 갔다가 옆에 붙지도 않았는데 경호원에 밀쳐져 넘어졌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당하면서 좋아해야 하나'란 생각에 '현타'가 와 아이돌 K팝 세계를 떠났다"고 했다. 일부 기획사가 아이돌 사생활 침해 방지만 신경을 쓰고 21세기 팬덤을 여전히 '빠순이'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K팝 신뢰도 무너질 것"
'무턱대고 열광하는 철없는 소녀들'이라고 오랫동안 낙인찍힌 K팝 팬덤은 그간 '짐짝' 취급을 받아왔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K팝 제작사는 공항 등 아이돌과 팬들이 마주하는 공간에서 팬들을 과하게 밀쳐 다치게 하는 등 과잉 대응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이지행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은 "K팝 팬덤이 이렇게 무례한 취급을 반복적으로 받아 온 건 한국 사회에 늘 문제적으로 존재해 왔던 팬덤, 여성에 대한 폄하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콘텐츠에서는 인권을 강조하지만 현장에서 팬덤의 인권을 무시하는 모순적 행태가 반복되면 K팝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교수는 "팬덤으로 영광을 쌓은 K팝의 두 얼굴에 대한 배신감으로 국내외 팬들의 이탈은 물론 여성 중심 팬덤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은 K팝을 넘어 K컬처의 '선진적이고 쿨한 이미지'에도 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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