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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성지 '톈안먼' 다니는 버스서 '광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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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시 당국이 톈안먼 광장 주변을 다니는 버스들에 광고 부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업 광고가 중국공산당의 상징인 톈안먼 광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도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시 당국은 '옥외 광고·간판 관리에 대한 규정'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북경일보 등 현지 매체가 보도한 개정안 초안에는 톈안먼을 중심으로 동쪽의 왕푸징 거리에서 서쪽의 시단 지역 사이를 지나는 모든 노선의 버스와 트램 동체에 광고물 부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초안은 "버스의 전면과 후면, 양 측면의 유리창 등에 광고를 설치해선 안 된다"고 광고물 부착 금지 위치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사실상 톈안먼 광장과 그 주변에 있는 시민들이 광고를 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반면 중국공산당 창건기념일 등 국가급 행사가 치러지는 기간에는 의무적으로 정부 홍보물을 부착하도록 했다.
중국에서 광고의 존재감은 한국 등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다. TV, 인터넷, 전단지, 거리 간판, 엘리베이터 내부 모니터 등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광고가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유독 톈안먼 광장 주변의 버스 광고만을 규제한 까닭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단, 톈안먼 광장이 지닌 정치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서방 언론과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국에 비판적인 사회운동가 루쥔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TV나 인터넷에서 톈안먼 광장이 노출될 때 보이는 모든 이미지를 중국공산당 통제하에 두고 통일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 광장 주변에는 의회 격인 인민대회당과 마오쩌둥의 시신이 보존된 영묘(靈廟)가 위치해 있다. 중국 지도부 인사들의 거처와 집무실이 밀집해 있어 일반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중난하이와도 지근거리에 있다. 톈안먼을 지나는 버스에 상업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는 건 중국공산당 심장부의 위상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도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언론인은 "현 중국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민간 차원의 상업 활동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그러한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짚었다. 루쥔은 "톈안먼 광장에서 상업성을 지우고 북한 평양과 같은 획일적 이미지로 도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0여 년간 톈안먼 광장 주변 통제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언제든 출입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관광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외신 기자의 경우, 공안과 동행하지 않고는 사실상 출입할 방법이 없다. 광장 주변 골목을 지나는 일반 중국인들도 골목 입구마다 설치된 초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통행이 가능하다. 베이징 시민 장모씨는 "어렸을 땐 예약 없이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었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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