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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을 지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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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계절'이라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한국에서 산다면 당연히 떠오를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계절'이라는 말에 건기, 우기, 겨울 이렇게 3개만을 떠올리는 곳도 있다. 평균 온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영상 10도의 어느 날을 가장 추운 겨울로 기억하고, 늘 추운 나라에서는 얼음만 녹아도 여름이라고 하니 사실 일 년을 '삼계절'로 지내는 지역도 많다.
사계절의 틈새를 비집고 들여다보면 계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장마철'이다. 장마는 비가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날씨이다. 일정한 때가 되면 찾아오고 일정 기간 같은 양상을 보이니 그곳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에게는 곧 하나의 계절이다. '장마 뒤에 오이 자라듯', '장마 때 홍수 밀려오듯', '장마가 무서워 호박을 못 심겠다' 등 '장마'로 이룬 속담이 있고, 그 속담을 듣고 이해하는 언중이 있다는 것은 장마의 일상성과 보편성을 말해 준다.
장마를 이르는 말이 한국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특성상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있다. 일본에서는 긴 시간 내리는 비(長雨), 오월의 비(五月雨)라는 말을 쓴다. 일본과 중국어에서는 매실비(梅雨)라고도 부르는데, 6월 하늘 아래, 익어가는 매실을 적시며 내리는 비를 쳐다보는 기분이 든다. 대륙과 해양이 잇닿는 곳에서는 계절풍기후(monsoon)라 한다. 이런 말에 담긴 뜻을 그저 영어의 우기(rainy season)로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비록 기상 과학에 대해 배우지 못했더라도 때가 되면 하늘이 물을 내려 땅을 풍요롭게 할 것을 그때 그곳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봄이 가는가 싶을 때쯤 장마가 든다. 장마는 본격적인 무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던 때였다. 일기예보에서 지도에 걸쳐져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마전선'을 보면서, 청명한 바람이나 밤하늘 달과 별마저 잠시 그리워하곤 했다. 환경과 더불어 기후가 크게 변하면서, 여름의 장마철도 겨울의 삼한사온도 희미해진 지 오래라고 분석한다. 우리가 '장맛비'란 말을 그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불규칙하게 쏟아지는 비를 한때는 '게릴라성 폭우'라 불렀는데, 불규칙한 큰비가 일상이 된 이후로 그 말도 사라졌다. 적절한 표현을 찾다 못해 '홍길동 장마'니, '도깨비 장마'니 하며 부르는 올해 장마를 무사히 또 건강히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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