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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을 시급히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할 많은 이유

입력
2023.07.17 04:30
수정
2023.07.17 15:09
25면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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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 올해만 6조
고강도 개혁 시급한데 여전히 ‘남 탓’만
민간과 똑같은 퇴직금 지급이 첫 단추

1960년 도입된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은 일본의 공무원연금과 제도 운영 및 역사에서 비슷하다. 1959년 11월 이전까지 일본 공무원연금은 은급제도로 운영되었다. 독일 프로이센에서 시작된 은급제도는, 신하가 황제에게 충성하면 그 노후를 황제, 즉 국가가 책임졌다. 따라서 은급제도에서는 제도 운영에 필요한 재원 모두를 국가가 부담했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프로이센의 은급제도 형태로 공무원연금을 운영했다. 1959년 11월 이후부터는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처럼 국가가 보험료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공무원이 부담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형태의 제도로 출발했던 한국과 일본의 공무원연금이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는 천양지차다. 민간부문 연금 가입자에 비해 월등하게 후한 연금제도를 운영해 오던 일본 공무원연금이 명실상부하게 민관 똑같은 연금제도로 전환된 반면에, 우리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차이를 벌리는 방향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던 2014년 일이다. 2013년 12월 13일 일간지에 실린 필자의 시론, ''시한폭탄' 공무원연금'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청와대 요청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칼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 요청으로 2014년 2월 청와대에서 해당 칼럼을 설명했다. 청와대 미팅이 수요일이었는데, 그 주말에 청와대발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일본 공무원연금 개혁 정보가 절실해졌다. 때마침 한국과 일본의 공적연금 재정계산에 대한 국제 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후생노동성 연금 담당 심의관과 후생노동성 수리과장을 역임한 준이치 사카모토 노무라연구소 고문에게 관련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이후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고 있다. 은급제도로 운영되던 일본 공무원연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일반 국민과 똑같은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였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2004년 일본과 독일은 연금 재정의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우리처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연금 재정이 자동으로 안정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이미 도입한 것이다. 이후 공적연금 일원화를 추진하여 2015년부터 일본은 민관이 동일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거듭 물었던 내용은 외형상의 포장이 아닌, 정말로 100% 동일하게 제도를 운영하느냐였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질문 중 하나가 "일본에서는 어떠한 기준을 적용하여 민간 부문과 공무원의 퇴직금을 똑같이 맞추느냐?"였다. 그리고 "50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민간 부문과 공무원의 퇴직금 수준을 맞추고 있으며, 인사원의 검증을 통해, 민간 부문보다 공무원의 퇴직금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으로 판명되면, 차액만큼 삭감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 10여 년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은 말 그대로 민간 부문과 공무원의 연금을 똑같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똑같은 제도 운영은커녕, 과거에 비해 더 비밀주의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와 언론이 당연히 알아야 할 공무원연금 관련 주요 정보는 소수 관계자만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2015년 공무원연금제도 개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언론과 관련 분야 전문가조차도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재정계산보고서를 볼 수 없다는 것이 2023년 한국의 현실이다.

핵심 자료는 꼭꼭 숨기면서, 공무원 연금 관련 기사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에는 열심이다. 그러는 사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1,181조3,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연금충당부채가 확정된 부채가 아니라서, 또 미래 국가와 공무원의 기여금 수입을 고려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2021 회계연도 기준으로 공무원과 국가 기여금 총액보다도 더 많은 액수가 미래세대 부담으로 전가되었음에도, 여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 보전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터인데도 말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에만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6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 한 해 20조 원의 연금 적자를 줄이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연금개혁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126만 명 대상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이미 한 해에 6조 원이 넘으며, 머지않아 1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서 그렇다. 우리는 지금, 시간이 지나가면서 정치권이 합의했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숨어 있는 문제점이 노출되는 결과를 보고 있다. 2015년 5월 4일 일간지에 실린 필자의 시론, '문제 많은 공무원연금 합의안 이대론 안 된다'는 이러한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 급증을 예견했었다. 박근혜 정부의 조윤선 정무수석이 합의안에 반발해 자진해서 사퇴한 배경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게 암울함에도, 우리에게서는 여전히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에서조차도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국회 특위에서 처음 공개된 사학연금 미적립부채 170조 원의 의미는, 33만 명 사학연금 가입자가 1인당 5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특위가 공개를 거부한 국민연금 미적립부채 규모는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1,500조 원이 넘는다.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7,000만 원에 달하는 액수다. 참고로 미적립 연금부채란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에서 부족한 액수를 의미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내 탓은 없고 남의 탓만 한다'. 공무원 사회는 박봉에 민간보다 적은 퇴직금을 고려하면 더 혜택 받는 것이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손해 보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연금 개편 횟수도 우리가 더 많으니, 국민연금 개혁하면 따라 하겠다고 한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반면에 국민연금 가입자는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 보전을 하는 공무원연금 등을 먼저 개혁한다면, 개혁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모든 공적연금의 제도 지속이 불가능함에도, 여전히 '남의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적연금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는 거다. 마침 OECD 사무국에서도 우리나라 공적연금을 통합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2022년 발간된 OECD 발간물(Reviews of Pension Systems - KOREA)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일반 국민과 공무원연금을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하는 나라가 우리를 포함해서 단 4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통합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공무원 사회의 최대 불만 요인인 퇴직금 문제는, 민간 부문과 100% 똑같이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면 된다. 요약하자면,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민간 부문과 공무원에게 똑같이 지급하고, 공무원이 더 부담하는 4.5% 보험료는 재정 불안정이 발생하지 않게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 방식으로 더 지급하면 된다.

그동안 국제기구의 통합 운영 권고가 있었음에도, 정작 투명하게 제도를 비교하기가 어렵게 운영해 오면서도, 공무원이 더 손해 본다는 것이 공무원연금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언급한 공적연금 통합 운영은 공무원이 더 받게 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손해 본다는 공무원연금 쪽에서 제기해 왔던 논거에 따른다면, 통합 운영에 대해 공무원 사회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쌍수 들어 환영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공적연금 통합 운영을 반대한다면, 필자와 같은 전문가가 지난 20여 년 동안 주장해 왔던, 수차례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많다는 주장이 사실인 셈이 된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을 제대로 입안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자질이 우수한 공무원 확보와 이들의 사명의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공적 마인드를 지닌 우수한 인력이 핵심공직에 종사할 수 있게 하되, 이들이 자부심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 그러한 보상체계는 대책도 없이 후세대에 무작정 부담을 떠넘기는 현재와 같은 연금형태가 아닌, 매년 적절한 보상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우수 공무원이 우대받는 접근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후세대로의 무책임한 부담 전가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급락한 우리 사회,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강한 연금개혁이 필요함에도 '내 탓이 아닌, 남 탓'만 하는 것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공적연금의 분리 운영에 있다. 공적연금 통합 운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통합 운영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필자가 언급한 공적연금 통합 운영은 개별 연금제도를 합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여전히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나, 일본처럼 명실상부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해야만 불치병에 걸린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난치병 단계로 접어든 국민연금을 제대로 개혁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연금은 복된 돈이며, 피와 땀이 어린 일생의 돈이요, 향기로운 돈이요, 존경스러운 돈이요, 고귀한 돈이요, 생명의 돈이다." 라는 조병화 시인의 글처럼, 제대로 된 연금제도로 거듭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최우선적인 조치로 공적연금의 통합 운영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글 싣는 순서-연금개혁

<1> 왜 연금개혁인가? (윤석명)
<2> 연금개혁 국제동향 (윤석명)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오건호)
<4> 다층적 노후소득체계 (양재진)
<5>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 (김태일)
<6> 퇴직연금 (박종원)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박영석)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윤석명)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이근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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