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중앙정부)채무는 지난 5월 말 기준 1,088.7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1,033.4조 원 대비 55.3조 원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연말 국가채무가 지난해 말보다 66.9조 원 늘어나 1,100.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7개월이나 앞둔 시점에 이미 예상 채무증가액의 82.7%가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국가채무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5개월간 55.3조 원이 늘어났으니, 남은 7개월 동안엔 줄잡아 60조 원 정도는 더 늘어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국채만 해도 신규 발행과 함께 다른 한편에선 상환도 계속된다. 따라서 하반기에 국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아지면 국가채무 증가세는 크게 둔화할 수 있다. 그러니 국가채무 증가액이 벌써 연간 증가 추산치의 80%를 넘었다고 지레 호들갑 떨 필요는 없겠다.
▦ 국가채무 상황이 정작 일깨우는 건 정부의 답답한 재정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비판하며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집권 5년 동안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 10.81%를 기록할 정도로 확장재정을 편 끝에 국가채무를 400조 원 이상 폭증시킴으로써 후임 정부에 더는 나랏빚을 낼 여력조차 남겨주지 않은 게 바로 문재인 정부였다.
▦ 민주당이 적극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논리는 나랏빚을 내서라도 정부가 민간에 돈을 푸는 게 경제와 복지를 증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큰 정부’론이다. 그러자면 세수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증세정책까지 병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국가채무 급증으로 국가경쟁력만 떨어뜨렸다. 물론 번영의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어설픈 이념과 이론에 경도된 문 정부는 후임 정부가 필요시 나랏빚을 낼 ‘재정 마이너스통장’까지도 고갈시켜 ‘깡통계좌’로 넘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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