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달콤한 세상 만들어요

입력
2023.07.29 13:00

전자책 스타트업 밀리의서재 체험기 1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서울 서교동 밀리의 서재 사무실 입구에 회사 모토인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문구가 붙어 있다. 독서 인구의 확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문구다. 이가흔 인턴기자

서울 서교동 밀리의 서재 사무실 입구에 회사 모토인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문구가 붙어 있다. 독서 인구의 확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문구다. 이가흔 인턴기자

2016년 설립된 신생기업(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기기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월 또는 연 단위로 비용을 내고 14만 권의 전자책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비용은 월 9,900원입니다.

특이하게 회사 이름에 들어간 밀리는 한자입니다. 꿀 밀(蜜)과 마을 리(里)를 써서 꿀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이죠. 구다원 밀리의 서재 홍보 매니저에 따르면 책으로 달콤한 세상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독서로 사람들 삶 속에 달콤함이 흐르게 하자는 뜻을 사명에 담았어요."

이들의 사명과 신념은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회사의 모토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업체의 모토는 사람들이 독서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입니다. 구 매니저는 이들이 생각하는 독서의 개념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각자의 일상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활동을 독서라고 봐요. 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는 것도, 누가 읽어주는 것을 듣는 것도, 책 표지만 보는 것도 독서죠."

그런 차원에서 이 업체가 제공하는 독서 방법, 즉 전자책은 다양합니다. 단순 문자뿐 아니라 소리, 영상, 만화, 메신저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도슨트북, 오디오북, 챗북 등 여러 형태로 제공됩니다.


밀리의 서재 이용자가 앱으로 도슨트북을 이용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밀리의 서재 이용자가 앱으로 도슨트북을 이용하고 있다. 이가흔 인턴기자

도슨트북은 미술관, 박물관에서 전시품을 해설해 주는 전문가인 도슨트처럼 해설이 따라붙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정하석 밀리의 서재 콘텐츠 매니저는 독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도슨트북을 기획했습니다. "책을 어떻게 만들면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했죠.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과 함께 그림, 소리 등 여러 요소를 많이 넣어요."

F. 스코트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의 도슨트북은 만화로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면 인물의 특징을 간략하게 보여주고 효과음과 그림이 등장합니다. 만화가 끝나면 미국사 전문가 김봉중 교수가 소설 속 시대 배경과 역사를 설명하고 등장인물을 심층 분석합니다. 여기에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재즈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은 음성으로 읽어주는 전자책입니다. 운전이나 운동을 하며 편하게 들을 수 있죠. "전문 성우나 연극배우, 가수, 작가 등 유명인이 읽어주기도 하고 인공지능(AI)이 읽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책 전체를 읽어주는 완독형과 30분 안팎으로 핵심만 들려주는 요약형이 있죠."

오디오북과 비슷한 오디오 드라마도 있습니다.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해요. 한 편의 책을 각색해 여러 회차로 나눈 뒤 성우나 배우가 역할을 맡아 드라마처럼 실감 나게 연기하죠."


‘셜록 홈즈의 모험’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챗북. 밀리의 서재 제공

‘셜록 홈즈의 모험’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챗북. 밀리의 서재 제공

챗북은 책 내용을 메신저의 대화 형태로 각색한 전자책입니다. 짧은 문장의 대화 형식이어서 10~15분이면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챗북을 담당하는 박지영 밀리의 서재 콘텐츠 매니저는 챗북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화자를 정하고 대화로 각색해 다시 풀어내요. 챗북은 원래 도서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요. 챗북만으로도 책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게 목표죠. ‘챗북으로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꼭 전자책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댓글을 볼 때 제일 보람을 느껴요."

그렇지만 모든 책을 챗북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챗북으로 만들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요. 예를 들어 심리학 서적의 경우 작가를 심리 상담가, 독자를 상담 대상으로 설정하죠. '역행자'라는 자기계발서는 강연자와 방청객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각색했어요."

다양한 전자책을 이용하려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에 접속해 회원 가입 후 비용을 내고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됩니다. 일반 종이책과 달리 글꼴, 글자 크기, 줄 간격, 문단 간격 등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어 편합니다. 또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말을 기록할 수 있고 문장에 줄을 그어 표시하거나 책갈피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독서 감상과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독서노트' 기능이 있고 독서량 및 시간 등 통계도 볼 수 있습니다

챗북 중 실제 독서 모임의 대화를 담은 '톡후감' 서비스도 눈길을 끕니다. 독후감을 대화(talk) 형태로 재구성한 서비스입니다. 독서 모임에서 나온 대화들을 전달받아 챗북에 맞게 구성합니다. "독서 모임은 하나의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죠.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해 주는 콘텐츠죠. 독서 모임 구성원들은 모임에서 나눈 대화들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데 이를 기록으로 남겨 다시 볼 수 있어 좋아해요."

앞으로 박 매니저는 전자책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계획입니다. "별자리 운세나 타로처럼 전자책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소재를 계속 발굴하고 있어요. 더 많은 회원이 이용할 수 있게 좋은 콘텐츠들을 만들고 싶어요."

이가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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