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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불안 속 금리동결... 한은 무게 추, 경기·금융안정으로

입력
2023.07.13 18: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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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물가 상승률 2%대 내린 데다
경기둔화·금융불안에 인상 명분↓
가계부채 세 달 연속 상승폭 확대
한은 총재 "아직 우려할 수준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내림세를 보이자 당분간은 경기 둔화와 금융불안, 주요국 통화정책을 주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크게 웃돌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한다. 지난달(2.7%)은 한은 예상대로 2%대로 내려앉았으나, 지난해 폭등한 국제유가의 기저효과가 약화하는 8월부터는 3%대로 되돌림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4가지 이유

13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한 시민의 장바구니가 가득 차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한 시민의 장바구니가 가득 차 있다. 뉴스1

목표 수준을 웃돌긴 하지만 ①물가가 한은의 전망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추가 금리인상 명분 중 하나가 소거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3%가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유로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②어려운 경기에 금리가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4%로 하향 조정했다. 게다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하반기는 중국의 더딘 회복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0.3%에 달한다. 다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 것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은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새마을금고 사태로 드러난 연체율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감소도 동결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안정을 위한 미시적인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동성을 지원해 새마을금고가 연착륙하게 도와주는 게 한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미국이 이달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2%포인트로 벌어지지만 "금리차가 벌어지면 자본이 유출되거나 환율이 상승한다는 공식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금리차가 1.75%포인트인데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관련기사)는 근거도 댔다.

가계부채, 단기 대응으론 부작용만 키워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최근 이목이 집중되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많은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 이 총재의 전언이다. 가계부채는 지난달까지 세 달 연속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관련기사) 그러나 그는 금리인상 같은 단기 대응으로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것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가계부채가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역전세, 새마을금고 뱅크런(급작스러운 대규모 예금 이탈) 위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6%에서 103%로 하락했다는 지표를 들며 "지금까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더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예상외로 대폭 늘어나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뒀다. 더불어 미국 통화정책을 추가 인상 변수로 들었다. 전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은 3%(전년 대비)로 떨어진 이후 시장에서는 "이번 달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미국도 물가 상승률이 재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2회 추가 인상의) 위험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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