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 드립니다.
어글리 슈즈, 이케아 백, 슈퍼 오버사이즈 후드 티셔츠. 우리가 알던 아름다움과 명품 패션의 모습과는 다른 것들이 현재 패션계의 가장 앞선 모습이 되었습니다. 구소련 연방이던 조지아 출신의 디자이너 '뎀나 그바살리아'가 지금의 세상을 만든 천재적인 디자이너입니다. 1981년생인 그바살리아는 앤드워프 왕립국립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멍이라는 독특한 브랜드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했으며, 지금은 발렌시아가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면서 현재 가장 힙하고 트렌디한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패션이냐 아니냐, 명품이냐 아니냐라는 물음을 만드는 디자이너 그바살리아는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전 세계에 퍼트리고 만들었을까요? 어떻게 그의 추하고 불균형한 디자인을 사람들이 좇게 되었을까요?
추하고 평범한 물건이 가장 큰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어글리 뷰티'
그바살리아가 이야기한 이 말은 그의 패션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조지아라는 소비에트연방을 구성했던 한 국가의 난민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아름다움보다는 평범하거나 추한 것들을 자주 접하며 자라왔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평범하고 추한 경험과 아이템을 패션과 접목한 그바살리아의 패션은 기존과 다르게 표현됩니다.
투박하고 크게 디자인된 어글리 슈즈, 가죽으로 만든 이케아 블루 백, 감자칩 브랜드 레이즈 백 등 그바살리아의 디자인은 새롭기보다는 평범한 것을 과장하거나 소재를 변형하여 독특한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려운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서 그바살리아의 디자인 철학은 오히려 눈길조차 주지 않던 존재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기존 패션에 지루함을 느끼던 젊은 세대에게 그바살리아의 어글리 뷰티는 새로운 멋의 기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욱이 SNS를 통해 트렌드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지금의 추세에 그바살리아의 패션 세계는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그바살리아의 디자인이 추하고 평범하기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가 처음으로 이 업계로 들어왔던 마르지엘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오버사이즈 스타일과 해체주의 표현은 어글리 뷰티를 스트리트 문화에 접목해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패션 세계를 먼저 이해하고 가장 많이 알린 사람이 대부분 힙합, 스트리트 문화 신에 있는 주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투박한 어글리 슈즈에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은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바살리아를 이해하는 트렌디한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추하고 평범한 물건의 재해석 속에서 가장 트렌디한 것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이엔드 패션의 전복을 꿈꾸다, 스트리트와 오버사이즈의 아이콘 '베트멍'
베트멍은 그바살리아가 자신의 친동생 구람 그바살리아와 함께 시작한 스트리트 브랜드입니다. 하이엔드 패션의 낡고 고루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베트멍은 기존 명품 브랜드와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한껏 오버사이즈로 재단된 후드 맨투맨 티셔츠, 과장되게 재단된 긴 블레이저, 해체주의와 신비주의가 한껏 섞인 베트멍의 시작은 그바살리아가 말하는 고루한 하이패션을 한껏 비튼 세상이었습니다. 그바살리아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은 곧 전 세계 패션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많은 유명인이 그의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패션을 좋아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카니예 웨스트는 그바살리아의 팬으로도 유명합니다. 웨스트 외에도 많은 래퍼가 그바살리아의 베트멍을 좋아하게 된 것은 독특함 속에 자리 잡은 '스트리트'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평범하고 추악한 것에서 가져온 아름다움은 거리의 문화라고 불리는 '힙합'과 공통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또한 그바살리아가 베트멍을 통해 표현한 옷 아이템 중에는 맨투맨, 후드 맨투맨 등 래퍼들이 자주 입는 스타일이 많았습니다. 결국 베트멍과 힙합, 스트리트의 만남은 그바살리아를 더 빠르게 세상에 퍼트려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베트멍은 마케팅 또한 독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 캡슐 컬렉션을 진행한 것입니다. 한국과 인연이 없는 그바살리아가 캡슐 컬렉션을 선택한 것은 다소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자신의 브랜드의 가품이 많이 거래되고 심지어 한국 디자이너들이 자신을 모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바살리아는 '가품 베트멍'을 구매하여 이를 재해석한 '오피셜 페이크 캡슐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가품에 대한 일종의 경고와 함께 자신의 팬들에게 또 하나의 이벤트를 여는 등 기발한 사고방식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남다른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지금은 베트멍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그바살리아의 모든 것으로 보이는 이 브랜드는 스트리트 문화가 패션 업계의 메인 주류가 되는 시발점이 되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발렌시아가의 변화, 가장 Hype한 브랜드가 되다
베트멍을 2019년 사임한 이후 발렌시아가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그바살리아.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그의 행보는 첫 컬렉션에서부터 파격적이고 기발한 표현력으로 발렌시아가 브랜드를 한순간에 힙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베트멍에서 보여주었던 스트리트 요소를 발렌시아가에 접목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합으로 발렌시아가는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발렌시아가에 스트리트 요소를 넣었다고 해서 성공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바살리아가 발렌시아가에서 만든 히트 아이템들이 그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처럼 생긴 '스피드 러너', 어글리 슈즈의 시초이자 메가 히트 스니커즈 '트리플 S' 등은 그가 어떻게 스트리트 요소를 명품 브랜드에 녹여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발렌시아가 브랜드의 이름을 맨투맨이나 후디 맨투맨에 크게 프린트하여 로고 플레이를 하는 것은 그간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디자인 방향과는 꽤 달랐습니다. 덕분에 발렌시아가 브랜드 로고만 프린트되어도 무조건 잘 팔리게 되었습니다. MZ세대가 갖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모습을 명확히 디자인한 것이 그바살리아의 능력입니다.
또한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섭니다.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며 후디와 스니커즈만 디자인할 것 같은 그바살리아가 '오트 쿠튀르'를 진행합니다. (오트 쿠튀르는 기성복과 다르게 컬렉션 후 주문 고객에게만 개별 맞춤을 진행하는 하이엔드 맞춤복입니다.) 그의 이런 행보에 발렌시아가는 53년 만에 오트 쿠튀르를 다시 진행합니다. 그바살리아의 오트 쿠튀르는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오트 쿠튀르와 스트리트 패션을 결합시킨 그의 컬렉션은 사람들에게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멋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줍니다.
그바살리아는 발렌시아가가 현재 최고의 핫한 브랜드가 되게끔 만들어주면서 메가 히트 아이템을 매 시즌 만들어 주면서 브랜드의 재성공에 모든 것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바살리아의 성공은 그저 스트리트 패션을 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위에 있었던 평범하고 추한 것을 패션에 접목하고 경계를 허무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밌는 충격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트 문화를 하이엔드와 접목시켜 패션업계의 메인이 되게끔 하면서, 이를 유명한 래퍼들과 함께한 결과입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앞서 나간 인물입니다.
그바살리아는 자신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출신이 난민이라는 점을 들어, 최근 컬렉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출신을 숨기지 않고 전 세계가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당신이 입는 옷이 당신의 태도를 만든다'라고 말한 그바살리아. 언제까지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엔드와 함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있는 한 꽤 오랫동안 그리고 다양한 아이템이 더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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