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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욕보인 '킹더랜드' "영상 수정"... 타문화 남용 도려낸다

입력
2023.07.13 10:26
수정
2023.07.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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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사과문 올리고 "신속히 최선의 수정을 진행할 계획"
문화제국주의로 비쳐 '반한 감정' 부메랑, 문화다양성 높여야 지적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아랍 왕자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술과 유흥을 즐기고 있는 모습. 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아랍 왕자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술과 유흥을 즐기고 있는 모습. JTBC 방송 캡처

아랍인 비하 지적을 받은 JTBC 드라마 '킹더랜드' 제작사가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 배려가 많이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아랍인 왜곡 장면은 편집된다.

'킹더랜드' 제작사는 프로그램 시청 소감 게시판에 12일 글을 올려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끼친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영상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속히 최선의 수정을 진행할 계획"이란 공지도 했다. 애초 제작진은 "등장인물과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해 불편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만 입장을 밝혔지만, 그 뒤에도 논란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공식 사과문을 내고 영상 편집 조처까지 취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킹더랜드'는 극 중 아랍 왕자를 황당하게 표현해 아랍 문화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된 7, 8회에 세계 부자 랭킹 13위인 아랍 왕자가 나이트클럽에서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술을 마시고 여성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처럼 그려진 부문이 문제로 지적됐다. 드라마에서 그에 대해 "여자친구가 100명도 넘고 이혼도 했을 것"이라고 표현된 부분도 잡음을 빚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콘텐츠 리뷰 사이트 IMDB엔 "아랍인들이 언제부터 술에 돈을 썼느냐. 종교에서 모두 금지돼 있다", "아랍 문화를 무시하고 있다"는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드라마 평점은 10점 만점에 1.8점으로 바닥을 찍었다. '킹더랜드' 제작사는 "다양한 문화권의 시청자들이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K콘텐츠의 문화적 남용은 요즘 잇따르고 있다. 백종원 등이 모로코에 가서 찍어 지난 4월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은 모로코 영토를 표기한 지도에서 서사라하를 뺀 이미지를 노출해 '모로코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전쟁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지난해 베트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서비스 도중 퇴출당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2022)은 남미의 수리남을 마약과 비리의 온상으로 그렸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정부가 공식 반발하면서 외교적 긴장감까지 야기했다. K팝 간판 그룹인 블랙핑크는 최근 베트남에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 공연을 준비한 중국계 공연 기획사의 홈페이지에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 군도가 중국령으로 표시돼 현지의 반발을 산 데 따른 여파다. K콘텐츠의 잇따른 문화적 남용이 한류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행태들이 제3세계에선 문화제국주의로 비쳐 반한 감정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K콘텐츠 산업이 문화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콘텐츠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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