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장 찍고 보정까지… 20대 여자들은 왜 이렇게까지 인생샷을 찍을까

입력
2023.07.14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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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생샷 뒤의 여자들'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윤희'에게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스펙이다. 평소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인테리어가 깔끔한 "인스타그램용 카페"에 간다. 음료와 디저트 메뉴도 맛이 아닌 사진이 잘 나오는 기준으로 정한다. 그는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팔로어 숫자가 많은 게 아름다움의 객관적 지표라고 생각한다.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셀러브리티'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간 '인생샷 뒤의 여자들'의 저자인 김지효 여성학 연구자가 만난 평범한 20대 여성의 일상이다. 저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생샷(인생 최고 사진)' 문화에 참여하거나 참여했던 20대 여성 12명을 인터뷰해 인생샷 문화 안팎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스타그램에 '인생샷'을 검색하면 다양한 장소와 각도의 셀카를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생샷'을 검색하면 다양한 장소와 각도의 셀카를 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20대 중 83%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그가 만난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저마다의 태도로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을 대하고 있었다. '회지'는 늘어가는 팔로어 수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존재감을 느끼는 지표로 여긴다. '영기'는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어 그에 걸맞은 '셀카'를 찍어 올린다. 따라서 인생샷 문화는 사회 현상이나 인정 욕구만으로 일반화해 설명할 수 없다. 관계 맺기는 점점 단기화·평면화되고 온라인으로 세계가 연결되면서 폐쇄된 공동체 규범에 더 이상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사회 변화의 복잡한 맥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은 인생샷을 배척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여성들 사이에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데 주목했다. 책은 셀카의 문화사로 시작해 인생샷과 아름다움의 문제, 디지털 페미니즘과 여성학의 문제로 논의를 확장해 간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김지효 지음·오월의봄 발행·344쪽·1만8,500원

인생샷 뒤의 여자들·김지효 지음·오월의봄 발행·344쪽·1만8,5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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