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만큼 나쁜 낄낄거리는 방관자들

입력
2023.07.12 19:00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가해자-피해자'만 있는 성폭력
방관한 '제3자'도 또다른 가해자
예방 교육 방향 바뀌어야


삽화=신동준기자

삽화=신동준기자

성폭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작년에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성폭력 범죄는 봄에는 27.2%, 여름 30.6%, 가을 23.4% 그리고 겨울에는 18.8% 발생했다. 특히 6월과 7월에 빈번했다. 사람들의 대외활동 빈도가 높아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조우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여성가족부의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발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오답을 두고 정답이라고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의 원인이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46%를 상회했고, 응답자의 3분의 1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2021년 성폭력 피해자 연령을 살펴보면, 6세 이하부터 60세를 훌쩍 넘는 고령까지 넓게 분포한다. 특히 '6세 이하'가 15명이었는데, 가해자는 '그들'이 유혹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가해자의 변명에 휘둘리는지 알 수 있다.

며칠 전 대낮에 카페에서 여성 업주를 뒤에서 강제로 끌어안은 성추행 사건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자동판매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중년 여성 업주를 껴안았고, 이 모습은 카페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가해자는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반가워서 그랬다' '성추행이 아니다'라며 펄펄 뛰었다. 반가워서 어깨를 짚은 것일 뿐이라며,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상이 없었다면 그의 '억울함'이 진짜라고 믿어질 만했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런데 가해자의 성추행만큼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가해자와 함께 온 일행들은 가해자의 행동을 보고 놀라지도, 저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켜보면서 낄낄 웃었다. 그 와중에 가해자는 "기왕 만진 거 한 번 더 만져보자"며 더 끌어안는다. 그러자 일행은 피해자에게 말한다.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원래 그 형 손버릇이 그래."

원래 그런 버릇이 어디에 있을까? 행동의 실행과 반복에는 학습과 강화의 메커니즘이 작용하며, 여기에는 이것이 그렇게 나쁜 행동이 아니라는 중화적 사고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들은 '이 정도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범행 자체에 대한 부인과, '피해자는 진짜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피해자 부인의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러나 행위의 강화에는 친밀한 주변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성추행 가해자의 상습성에 불을 끼얹은 사람들은 낄낄거리던 그의 일행들이다.

뉴스를 통해, 법을 통해,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약속한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 즉 범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러나 그 교육에는 늘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존재한다. 방관자가 얼마나 나쁜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참여자로 작용할 수 있는지 교육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범죄 행위를 목격하고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코지가 두려워 숨어버리기도 한다.

범죄 예방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definition)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상황을 상황극으로 구성해 적극적이고 현명하게 제지하는 행동을 교육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수의 제3자들에게 '방관자의 행동도 범죄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낄낄거리는 방관자, 피해자가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라는 방관자는 가해자만큼이나 나쁘다. 범죄는 무지와 방관을 함께 먹고 자라남을 기억해야 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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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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