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 선고받자 외마디 비명 실신...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 중형

입력
2023.07.12 18:15
수정
2023.07.12 1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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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85명으로부터 183억 가로챈 혐의

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자기 돈 한 푼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차액) 투자. 이 수법으로 수도권에서 18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모친)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30대인 두 딸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의 빌라 500여 채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분양대행업자 등과 공모해 세입자 85명으로부터 보증금 18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분양대행업자에게 수수료를 약속하고 임차인을 모집한 뒤 분양가보다 비싼 보증금을 받았다. 계약 만료를 앞둔 일부 세입자에게는 "보증금을 못 돌려주니 집을 사라"며 물량을 떠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전세사기는 서민과 사회초년생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며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보증금을 일부러 떼먹은 게 아니라 계약 만료가 겹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김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무자본 갭투자'로 분양받은 빌라의 위치나 주변 환경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매입했다'며 처음부터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분양대행업자들과 공모한 적이 없다"는 김씨 측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김씨는 분양대금, 리베이트, 보증금 액수 등이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중개업자 연락을 받고 피해자들과 계약을 체결했다"며 "김씨는 이런 거래구조와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중형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법정에서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고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다른 전세사기 혐의로 두 딸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모두 합하면 전체 피해자는 최소 314명이고, 피해 액수는 최소 679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전세사기를 엄벌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재산 회복을 위한 입법권자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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