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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까, 말까”… 새마을금고 안심문자 메시지 딜레마

입력
2023.07.11 20:00
수정
2023.07.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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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발송, 중앙회 아닌 각 지점 자체 판단
문자 못 받으면 불안함 커지는 부작용 우려

9일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뉴시스

9일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뉴시스

”혹시 ○○새마을금고 문자 받으셨나요?” “문자는 왔는데 연체율 정보는 없네요.”

회원 90만 명이 넘는 한 재테크 카페에는 최근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연체율 급등으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위험을 촉발시킨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겨둔 일부 고객들이, 각 지점(지역 금고)이 보낸 ‘우리 금고는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내용의 안심 문자를 공유하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안심 문자 발송은 새마을금고 지점을 감독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결정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전국 1,294개 지점의 자체 판단이다. 중앙회 측은 “각 지점들이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밀착 관리하는 차원에서 문자를 보내는 것 같다”면서도 다소 곤혹스런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자를 받지 못한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본인이 가입한 금고가, 정부가 지목한 연체율 10% 이상 부실 금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커질 수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금고가 보낸 문자를 보고 오히려 ‘무슨 일 있는 거냐’며 놀라는 고객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인터넷 정보와 뉴스 접근성이 떨어져 (최근 소식을 접하지 못한) 고객들이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금고가 안심 문자를 보내도록 중앙회가 직접 나서는 것도 애매하다. 연체율 10% 이상인 부실 금고 명단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해당 고객에게는 모순된 메시지, 즉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안심 문자를 보내기도 안 보내기도 곤란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연체율을 확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고객들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공시된 연체율을 공유하거나 직접 금고에 전화해 확인 및 공유하는 식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이른바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 건전성이 악화한 금고가 좁혀지면서 노출되는 ‘커밍 아웃’을 당할 수도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고객이 가입한 금고가 연체율이 높은 30곳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당연히 궁금하겠지만,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5,000만 원이 넘는 예적금 원금 모두 보호되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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