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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료 분리징수…공영방송 역할, 국민 공감할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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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전기요금과 TV 방송수신료(KBS·EBS) 2,500원의 분리징수가 가능해졌다.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함에 따라 30년간 이어온 ‘통합징수’ 체계가 바뀐 것이다. 다만 TV를 가진 사용자는 수신료를 내야 할 의무를 그대로 지게 되지만, 징수 주체인 한국전력은 수신료를 내지 않고 전기요금만 납부해도 단전 등 강제조치에 나서진 않을 방침이다. 당분간은 신청자에 한해서만 분리징수가 이뤄진다.
비상경영에 들어간 KBS는 시행령에 대한 위헌소송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KBS는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방만경영과 편파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다. 억대 연봉자가 전체 절반을 넘고, 무보직 상태로 억대 소득을 챙기는 직원만 30% 수준인 1,500명에 달했다. 그러고도 인력 구조조정은커녕 시청료 대폭 인상마저 추진했다.
그렇더라도 분리징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 역시 비판받을 소지가 뚜렷하다. 수신료는 KBS 재원의 45%에 이른다. 분리징수 후유증에 존립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수신료가 진정 문제라면 여당이 위원장인 국회 과방위부터 열어 논의를 개진했어야 맞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을 통해 중복투표가 가능한 온라인조사로 찬반을 물었고,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도 10일로 단축됐다. 국회 논의조차 건너뛰고 한 달 만에 절차가 끝났으니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물갈이 인사 등으로 KBS를 길들이려 했다. 그러나 이번 시청료 분리징수는 KBS의 재정 문제를 넘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순서가 뒤바뀌고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공영방송 방향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마땅하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공영방송 옥죄기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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