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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독이 된 '피프티 피프티'

입력
2023.07.12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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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4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가진 '큐피드' 기자간담회에 앞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4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가진 '큐피드' 기자간담회에 앞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히트곡 ‘큐피드’로 빌보드 ‘핫100’에 입성한 뒤 15주 연속 이름을 올려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린 피프티 피프티가 데뷔 8개월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멤버들이 현 소속사인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내막을 두고 양측의 진실 공방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어트랙트는 ‘큐피드’의 프로듀서 안성일씨가 전속계약을 위반해 멤버들을 빼돌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멤버들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건 우리의 주체적 결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느새 여론전으로 확대된 양측의 공방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최근 멤버들의 가족이 그룹명 ‘피프티 피프티’와 멤버들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멤버들에게는 ‘배은망덕돌’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도 덧씌워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니 소속사가 어리석었다'는 초기의 반응도 잠시, 이제는 거위가 스스로 배를 갈랐다는 비난이 나온다. 피프티 피프티의 활동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멤버 개인에 대한 수위 높은 인신공격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 사태를 두고 대중음악계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기획자와 아티스트에게 찾아온 행운이 어떻게 독이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큐피드’의 흥행 원인을 두고 곡의 완성도나 멤버들의 가창력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소 기획사에서 나온 아이돌이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들의 성공은 소속사, 멤버, 용역업체에 찾아온 행운에 가까웠다. 잠시의 성공에 취하지 말고, 이 성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안타깝게도 황금알이 누구의 것인지부터 따지기에 바빴다.

이들이 여론전에 앞서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부터 했으면 어땠을까. 앞으로도 K팝 시장에는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성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불신의 관계로 전락하는 순간, 더 이상 '기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은서 문화부 기자

최은서 문화부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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