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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힌 탄소, 누출·지진 위험 무시 못 한다

입력
2023.07.12 1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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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설치된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설치된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월 정부는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설치했던 해상 탄소포집·저장(CCS) 설비를 철거했다. 6년 전인 2017년 3월, 국내 연구진은 이곳 포항분지에 94.58톤의 이산화탄소를 시험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소규모 탄소저장 실증에 성공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포항 CCS 설비는 수년간 추가 실험 없이 방치됐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때문이다.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실증사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주민들은 ‘이산화탄소 주입도 대규모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폐쇄를 요구했다. 2019년 정부가 조사단을 꾸려 포항지진과 CCS 사업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쉽게 식지 않았다. 연구가 처음 시작된 2013년부터 10년간 183억6,000만 원이 투입된 실증 실험은 이렇게 중단됐다.

CCS는 정말 지진을 발생시킬까? 2019년에 CCS와 포항지진의 연관성을 조사한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등 합동 조사단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포항 영일만 CCS 연구 사업의 주입 행위와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과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것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포항 영일만 CCS 연구 사업이 포항지진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등 합동 조사단

포항분지의 저장 능력은 약 27만 톤으로 평가되는데,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100톤 미만이라 지진을 일으키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양이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하루 평균 5톤씩 적은 양을 주입한 만큼 지각의 급작스러운 변형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CCS 유발 인공지진은 3건, "지질조사와 관리가 중요"

물론 CCS로 인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이 차 있는 퇴적층에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밀어 넣으면 지하 압력이 상승해 미소진동이나 지각변형이 일어날 수 있고, 인근에 단층이 있다면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인공지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800년대부터 기록된 인공지진 1,295건 중 최소 3건이 CCS로 유발됐다. 규모는 모두 2.0 이하다.

다만 더 많은 인공지진은 지하수를 추출하거나(11회), 빈 유전에 오수를 주입(53회)하는 등의 활동에서 비롯했다. 즉 CCS가 아니더라도 산업 활동 중 상당수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주입하고 파쇄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모든 작업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결국 지진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탄소저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철저한 지질 조사를 통해 주변에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주입 후 관리도 중요하다. 탄소저장 기술을 연구하는 호주 오트웨이 국제시험센터의 폴 바라클로 최고운영책임자는 “이산화탄소 주입 후에는 적어도 10~20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주입한 탄소가 원하는 위치에 저장되는지, 인근 자연지진과 반응해 이동하거나 지하수에 영향을 주진 않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4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시험센터에서 만난 폴 바라클로 최고운영책임자가 저장된 탄소를 추적 관찰하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희정PD

지난 5월 24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시험센터에서 만난 폴 바라클로 최고운영책임자가 저장된 탄소를 추적 관찰하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희정PD


저장된 탄소 유출되거나 수송 파이프 파열되기도

탄소저장은 유출 위험도 있다. 지하에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가동됐던 알제리의 살라 CCS프로젝트는 지하에 저장한 탄소가 수직 유출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2011년 가동을 중단했다.

해상 CCS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혔던 노르웨이 저장소에서도 최근 잇따라 문제가 발견됐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운영된 북해 슬라이프너 저장소는 하부에 주입한 탄소가 예상치 못하게 지층 최상부로 이동해 바깥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노비츠 저장소는 주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압력이 급격히 올랐다. 이로 인해 저장가능 용량도 당초 예상했던 18년에서 약 6개월로 크게 줄었다.

보고서를 쓴 그란트 하우버 연구원은 “말레이시아나 멕시코만 등에서 수배 규모로 추진되는 CCS 프로젝트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한 막대한 비용은 물론, 환경과 인간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송 과정에서의 누출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호주 고르곤 가스전에서 추진한 CCS는 사업 초기인 2017년 시운전 과정에서 파이프라인 누수가 발견돼 이산화탄소 주입이 예정보다 3년 미뤄졌다. 2020년 2월에는 미국 미시시피주 사타티아에서 파이프라인 파열로 액화 이산화탄소 3만 배럴(477만 리터)이 누출되면서 300명이 대피하고 4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걸프만 유전에 원유회수 증진용으로 이산화탄소를 운송하는 설비였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혜정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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