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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국제 논의 주도… 탄소포집 추진 배경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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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6차 보고서에서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필요가 있는 수단으로 언급했다. 기후위기 대응책 정립에 있어 IPCC 보고서의 권위를 감안할 때 탄소포집 기술 위상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배경엔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국제 환경회의 참가자 발언을 기록하는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는 IPC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탄소포집이 ‘사실상 불가피한’ 기술로 강조되도록 제안했다"고 적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회의 참가자를 인용해 "증명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배출량 감축에 집중하기 원했던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회의에서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문구를 보고서에 넣자는 핀란드 의견에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발언권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후원은, 탄소포집 확대가 화석연료를 연명시키고 기후위기를 오히려 악화시킬 거란 일각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다.
CCS 프로젝트 대부분을 화석연료 기업이 운영하는 현실도 마찬가지. 석탄화력발전소에 탄소포집 설비를 한 첫 사례로 주목받은 캐나다 바운더리댐 CCS는 석탄발전 기업 사스크파워의 작품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하는 '더 퀘스트 프로젝트'도 글로벌 석유 기업 셸이 추진했다. 국내에서도 CCUS추진단 회원사 62곳 중 21곳이 화석연료 관련 기업이다.
CCS 업계가 엄정한 기술 기준을 세우지 않고 홍보와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IPCC는 'CCS 발전소'가 탄소 저감책으로 인정받기 위한 탄소포집률 기준을 90%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8년 가동 기간의 평균 탄소포집률이 55% 수준인 바운더리댐은 일반 석탄발전소로 간주되는 셈이다. 현존 CCS 설비 가운데 배출 탄소의 90% 이상을 포집하는 설비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탄소포집 기술이 화석연료 사용 수명을 늘리는 효과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IPCC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화석연료 사용량을 2019년 대비 70%로 줄여야 하지만, CCS를 사용한다면 그 비율을 45%로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CCS가 있어 화석연료 사용량 25%포인트가 온존하는 셈이다. CCS 기술이 이만큼의 배출 탄소를 감당할 만큼 발전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탄소포집의 기술적 한계, 역작용 가능성 때문에 일부 주요국은 CCUS를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네덜란드는 화석연료 발전에 CCS 설비를 활용하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영국은 국가 탄소중립 계획에서 CCU를 제외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30 탄소중립 목표에 CCU로 탄소 640만 톤을 제거한다는 계획을 담았고, 현재 진행 중인 '동해 가스전 CCS 실증사업'에 화석연료발전소를 포함했다. 영국 기후위기 전문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의 장유나 한국팀장은 "IPCC는 화석연료 사용의 상당 폭 감축을 CCS 활용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 반면, 국내 산업계는 이를 도외시하고 CCS와 화석연료의 동시 확대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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