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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은 ‘의혹 해소한다'며 백지화했지만… 양평은 용광로처럼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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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까지 15분 만에 간다고 정부에서 홍보하던 사업이잖아요. 그래놓고 이렇게 아예 안 하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다음 날인 7일. 경기 양평군 양평읍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김진수(58)씨. 읍내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퇴근한다는 김씨는 “서울 가는 유일한 길인 6번 국도는 늘 막힌다"며 "고속도로가 뚫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주민 의견 한 번 안 듣고 사업을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김상종(40)씨도 거들었다. “덮어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문제긴 하죠. 하지만 어쨌든 원인을 제공한 건 갑자기 노선을 바꾼 국토부 아닙니까? 주민들 볼모 삼아 의혹을 덮기 위해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고요." 하루가 지났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원래 고속도로 종점으로 예정됐던 양서면(두물머리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특히 더 컸다.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노선의 종점은 올해 5월 양서면에서 강상면(양평읍의 남한강 건너편)으로 변경됐다. 양서면 양수리에 사는 서원효(59)씨는 “애초 계획대로 교통 정체가 심했던 두물머리를 종점으로 진행했다면 사업이 무산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토부가 한마디 상의 없이 노선을 바꾼 것도 어이없는데, 이젠 백지화라니 할 말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강모(40)씨도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경 노선에서 종점이 닿기로 돼 있던 강상면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 2km만 더 가면 인근 남양평 나들목이 있어,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다. 이모(68)씨는 “노선 변경 얘기를 듣고 왜 고속도로가 필요한지 이해가 잘 안 갔다”며 “이번 논란이 오히려 주민들 사이를 갈라놓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강상면 병산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땅값 상승 등 특이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의 종점은 진출입이 불가능한 분기점(JC)이라 지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별다른 개발 호재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곳의 한 공인중개사는 “애초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수년 전부터 두세 배 넘게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김 여사 땅으로 알려진 지역을 가리키며 “고속도로 옆에 바로 붙어 있어 큰 쓰임새가 없고 노선이 변경된 뒤에도 땅값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을 가보니 각종 수풀과 잡초가 우거진 야산이었다. 산 입구 쪽엔 빈 창고가 보였는데 공인중개사들은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일부 필지를 용도 변경해 창고를 지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집단행동도 시작됐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주민 등 30여 명은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정상화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백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100일 동안 10만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현수막 게시, 주민 설명회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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