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이틀째 옐런 "승자독식 아닌 윈윈 경쟁하자"... 대중 유화 시그널?

입력
2023.07.07 20:00
수정
2023.07.07 23: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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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총리·'시진핑 책사' 류허 전 부총리 회동
미국 기업인들 만나 '디리스킹' 표현도 안 써
리창 "양국 협력 강화가 바른 선택" 화답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에게 미국은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에게 미국은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방문 이틀째인 7일 중국 권부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류허 전 부총리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열린 미중 간 경제 분야 고위급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옐런 장관은 "승자독식을 피하고 미중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경쟁을 하자"며 유화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제한' 등에 대해선 강경한 대응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류 전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 총재와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인민대회당에서 리 총리와 별도 회동을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관세·환율·반도체 및 광물 수출 통제·기후변화 등 미중 간 경제 분야 전반과 관련, 양측은 타협을 이루기보단 각자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을 공산이 크다.

옐런 "디커플링 아닌 다각화 추진"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단, 옐런 장관은 미중 간 소모적 경쟁을 피하자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리 총리와의 회동에서 그는 "미국은 승자독식이 아닌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제 경쟁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행동할 필요가 있지만, 경제·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소통을 통해 긴장의 수위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리 총리는 시 주석이 제시한 미중 관계의 3대 원칙인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을 언급한 뒤 "이 방안은 국가가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기본적 방법"이라며 "협력을 강화하는 게 양국의 현실적 수요이자 올바른 선택"이라고 화답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전했다. 리 총리는 "양측이 솔직한 교류를 통해 양국 경제 분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모색해 중미 경제관계에 안정성과 긍정 에너지를 주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다각화'를 추구한다"며 미중 간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최대 경제 대국 2곳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정책 기조로 '다각화'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몇 달간 사용했던 '디리스킹'(위험 회피) 표현보다도 부드러워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상호 이익 위해 미국의 조치 필요"

옐런 장관은 그러나 갈륨·게르마늄 등 주요 반도체 원료 수출 통제를 예고한 중국 조치에 대해선 "우려를 표한다"고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징벌적 조치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하며 "미국은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하에 중국 측 인사들과의 회담에 임했을 공산이 크다.

이에 중국은 건전한 경쟁 관계 구축을 위해선 미국 측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옐런 장관 방중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미국 측이 '실제 조치'를 취해 양국 경제·무역 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상호 이익과 공통 이득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등을 먼저 철회하라는 뜻이다.

윈난 식당서 버섯 요리 만끽 모습도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가운데) 미국 재무장관이 6일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 위치한 한 윈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웨이보 캡처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가운데) 미국 재무장관이 6일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 위치한 한 윈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웨이보 캡처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에선 6일 오후 베이징 시내의 한 식당에서 포착된 옐런 장관의 저녁 식사 장면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각국 대사관 밀집 지역인 싼리툰의 한 윈난 음식점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생선찜과 양배추 볶음, 버섯 요리 등이 옐런 장관의 식탁에 올랐으며, 특히 "그는 버섯 요리를 좋아했다"고 식당 주인이 웨이보를 통해 전했다. 평범한 대중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공개해 유화적 인상을 중국인들에게 전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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